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직 내 일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순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오는 22일(한국시간)에 펼쳐질 이번 결승전은 단지 17년 만의 트로피 탈환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포스테코글루 개인의 명예와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21패를 기록하며 최종전을 앞두고 리그 17위에 머물러 있다.
한 시즌 동안의 부진한 성적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취에 직결될 수밖에 없으며, 현지 언론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경질 가능성이 이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의 토트넘 커리어가 UEFA 유로파리그 결승을 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커리어 내내 중요한 순간에 팀을 떠난 적이 많다. 호주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 떠났고, 셀틱에서는 트레블을 이룬 뒤 팀을 떠났다. 브리즈번에서도 우승 후 작별했다"며, 이번 역시 그러한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스스로가 이미 토트넘에서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토트넘에서의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고, 우승이라는 성과가 이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시즌 여러 도전이 있었고, 그것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성장도 있었고, 나는 그 성장을 끝까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는 기자의 지적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면도 있었다.
해당 회견에 참석한 한 기자가 "당신은 영웅과 광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다"고 묘사하자, 포스테코글루는 "그 표현은 정말 잘못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강한 어조로 "내 미래는 이미 보장돼 있다. 우리는 모두 직장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당신도 한 가지 일만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아름다운 가족이 있고, 좋은 삶을 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승을 추구할 것이다. 내 미래는 어떤 것과도 얽혀 있지 않다. 건강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한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그가 스스로도 현재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외부 평가에 예민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또한 그는 "지금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결승전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당장의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팀에서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경질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전반적으로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우리가 뭔가를 만들고 있다고 느낀다. 우승은 그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여정의 끝을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실제로 가능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현재"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상자 현황도 공개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 부상을 입었던 파페 마타르 사르는 출전이 가능하며, 루카스 베리발은 발목 부상으로 결승전에서 제외된다.
결승전은 토트넘의 무관 탈출이라는 의미 외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여전히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발언 내용은 해당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였다는 게 영국 언론의 분석이다.
사임이 맞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오는 25일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인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의 경기를 끝으로 토트넘을 떠난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