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 시즌3를 기점으로 붕괴된 게임 경제와 민심 악화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재학 디렉터는 5월 20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성장 비용은 낮추고, 고집은 꺾겠다"며 시스템 개편과 책임 이행을 약속했다.
이날 로스트아크 공식 라이브 방송은 단순한 업데이트 예고 방송을 넘어, 1년 반의 디렉팅 실패와 그로 인한 유저 이탈 사태에 대한 책임 고백의 장이었다. 전재학 디렉터는 방송 시작과 함께 거듭 고개를 숙였다. 시즌3 이후 민심은 무너졌고, 게임 내 구조와 시스템은 '골드 인플레이션'과 '성장 피로도'의 악순환에 빠졌다. 이에 대해 그는 "고집을 꺾고, 이제는 유저에게 다가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전 디렉터는 시즌3의 출발부터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수직적 성장 콘텐츠를 빠르게 선보이고자 한 욕심은, '에키드나-베히모스'로 이어지는 파밍 루프의 실패로 귀결됐다. 복잡한 성장 요소를 지나치게 짧은 간격으로 쏟아낸 결과 유저들은 피로감을 호소했고, 게임 경제는 공급 부족과 수요 과열로 인한 파국을 맞았다. 전 디렉터는 이 지점을 "너무 빠르게, 너무 욕심냈다"며 핵심 실책으로 지목했다.
그는 시즌3 전환 이후 1640 구간 성장벽과 골드 인플레이션이 겹친 시점이 게임 시스템 붕괴의 분기점이었다고 진단했다. 유저들의 골드 소모는 멈췄고, 다계정 플레이와 보석 돌리기 같은 왜곡된 생존 방식이 유행했다.
2막 출시 이후 시작된 골드 가치 붕괴, 카제로스 2막의 과도한 난이도, 성장을 위한 재료 및 파밍 자원의 부족, 그리고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다계정 플레이, 나이스단, 보석 돌리기 등의 생존 전략이 급격히 퍼졌다. 레이드 진입장벽은 높아졌고, 클리어를 위한 피로도는 늘어났다. 1막보다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2막은 이탈률이 크게 증가했고, 보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유저들은 다음 주차부터 레이드 참여 자체를 포기했다.
아울러 퍼클 문화와 고스펙 강요는 유저 간 갈등으로 이어졌고, 운영진의 소극적 대응은 민심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특히 시즌3 중반부 베히모스를 기점으로 등장한 이른바 '보호자' 구조는, 캐릭터 성장이 초각성화·고대화된 뒤 콘텐츠 난이도와 맞물리며 생긴 부작용이었다. 디렉터는 이를 '설계 취약성으로 인한 결과'라며 책임을 인정하고, 향후 파티 내 기여도 중심의 콘텐츠 방향을 언급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방송에서는 시즌2~3의 골드 유통량, 외부 거래 증가율, 골드 시세 하락 추이 등을 수치로 보여주는 복수의 지표를 제시했다. 특히 2막 출시 이후 시작된 골드 가치 붕괴와 이로 인한 성장 동기 저하, 다계정 플레이 증가 등 구조적 문제가 악순환을 불러왔음을 그래프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구체적인 지표와 수치로 제시하며, 이 사태가 단기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실패임을 인정했다.
엘라 무기 사태에 대한 보상안도 발표됐다. 전 디렉터는 여름 업데이트 시점에 최대 귀속 에스더 20개가 담긴 원정대 귀속 상자 지급을 예고했다. 아울러 전용 클래스 심볼과 유물 칭호도 명예 보상으로 제공된다. 이는 1년 가까이 방치된 실책에 대한 첫 실질적 조치로 해석된다.
방송에서는 향후 개발 방향도 제시됐다. 가장 큰 변화는 엔드 콘텐츠를 라이트하게 개편하겠다는 선언이다. 기존의 '높은 진입장벽-높은 난이도' 공식에서 탈피해, 1던전은 부담 없이, 2던전은 도전적으로 나누는 구조로 개편된다. 고스펙 선발대를 위한 난이도도 유지하되, 일반 유저도 콘텐츠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투 분석기와 종합 전투력 지표 도입도 발표됐다. 이는 그간 운영진이 회피하던 시스템으로, 내부 성능 지표가 외부 평가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 간 갈등 우려가 컸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우리가 직접 책임지겠다"며, 전투 분석기의 도입이 곧 책임 이행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보석 시스템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공지를 번복하고 최종안을 확정했다. '추가 공격력'은 제거하고, 교차 사용을 막는 기간은 15일로 연장된다. 크리스탈 비용은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장치로 남는다. 기존 유저와 다계정을 병행하던 유저 간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편의가 추가됐다고 생각해 달라"며 타협적인 입장을 보였다.
골드 소모 문제는 새로운 파밍 구조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재료 수급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 체감과 경제 밸런스를 아우르는 복합적 파밍 시스템을 예고했다. 성장 부담 완화도 선언됐다. 전 디렉터는 "이렇게 비싼 게임을 원했던 건 아니다"라며, 향후 개발사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성장을 완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물 각인서와 관련해서도 지나친 희소성과 가격 붕괴를 인정하고, 앞으로는 천천히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중국 서버 방송에서 선공개된 아바타 도감, 캐주얼 모드 등은 국내 서버에는 현지화된 형태로 반영될 예정이며, 명예 보상도 퍼클 등 특별한 유저에 한해 한정 지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포터 클래스의 의존도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실제 파티 내 딜 기여도 36~38%에 이르는 서포터가 없으면 공략이 불가능한 상황, 낮은 구간에서도 서포터가 필요하다는 구조는 "너무 높아진 의존도"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간 서포터 개선을 회피해 온 점을 인정하면서, 여름 업데이트에 각인, 스킬, 아크패시브 등의 일부 개선안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5월 21일) 적용될 업데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포함된다. 카제로스 레이드 시리즈의 노말 난이도 완화, 일부 기믹 삭제 및 보스 피해량 하향, 1회 개인 부활 기능 추가(종막 포함), 1600~1620 구간 재련 완화(확률 증가 포함, 재료/재화 약 2배 수준), 트라이포드 삭제 전 자유 교체 기능(1실링 아뮬렛 판매) 등이다. 특히 재련 완화는 진입장벽 해소와 신유저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재학 디렉터는 시즌3에서 등장한 에기르, 나로크, 모르둠 등 '심연의 지배자' 관련 보스 몬스터들이 유저에게 공감되지 않는 이유로 ‘서사 부족’과 ‘설명 없는 등판’을 지적했다. 스토리와 연계된 빌드업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구조는 “누구세요?”라는 반응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몰입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됐다. 그는 카제로스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수년간 ‘목소리’로만 등장해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탓에, 오히려 카멘보다도 존재감이 떨어지는 인물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디렉터는 방송 말미, 카제로스 관련 전장 콘셉트 이미지와 설정 스토리를 직접 공개했다. 파멸의 성채에서 출발해 알현실로 향하는 여정, 재구성된 육체의 외형 등 카제로스의 실체를 처음으로 소개하며, 마지막 군단장 형태의 전투로 그를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나아가 유저 여정을 연대기로 기록하는 엔딩 연출도 예고하며, 시즌3 후반부는 ‘모험’이라는 테마로 전개될 것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6월 21일 로아온 서머에서는 여홀라 및 카제로스 레이드가 공개될 예정이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제로스는 '군단장 레이드 형태'의 마지막 전투가 될 것임이 암시됐다. 전 디렉터는 "개발력 총동원으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전하며, 시즌3 후반부는 새로운 항해와 대륙을 배경으로 '모험'을 테마로 한 콘텐츠가 이어질 것이라 예고했다.
로스트아크는 이제 전환점에 섰다. 유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진정성 있는 변화가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업데이트와 운영이 그 답이 될 전망이다. 그는 방송 말미에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진심이 전달되지 못한 채 고집과 침묵으로 오해만 쌓였음을 인정하며, "이제 고집을 꺾고, 유저에게 다가가겠다"는 말로 약 1시간에 걸친 고백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