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망 8개월 만에 MBC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이 나란히 날씨 예보에 등장했다.
20일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와 '12 MBC 뉴스'에서는 김가영, 이현승 캐스터가 날씨 예보에 나섰다.
이들은 오요안나를 괴롭힌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가영은 오요안나 사건과 관련 주요 가해자로 지목되진 않았지만, 비판 여론이 일자 출연 중이던 라디오와 예능에서 하차한 바 있다.
MBC가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을 공식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이 날씨 예보에 등장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전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오요안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 "괴롭힘으로 볼만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노동 당국은 고인이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수시로 업무상 지도와 조언을 받아왔지만 단순히 지도·조언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상캐스터인 오요안나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기상캐스터는 한 방송사에 전속되지 않고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으며, 일부 캐스터가 매니지먼트 업무를 하는 기획사에 소속돼 자유롭게 개인 영리활동을 해 수입을 전액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같은 날 MBC는 입장문을 내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프리랜서와 외주사 직원 등 비정규직 구성원이 처벌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며 "故 오요안나 씨의 안타까운 일에 대해 유족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후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가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결정이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장 씨는 "딸의 억울함을 풀고 제대로 해결하기 원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참담하다.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MBC가 책임질 수 있도록, 진실이 밝혀지도록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향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고,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었다. 현재 오요안나의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1명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진=MBC, tvN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