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대미 자동차 수출 19.6% 감소…현대차 수출량은 20%↓
"3∼4개월 버티지만 시간 얼마 없어…한미 패키지딜 필요"
"3∼4개월 버티지만 시간 얼마 없어…한미 패키지딜 필요"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파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현실화할 조짐이다.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가 부과된 첫 달인 지난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일단 북미 재고를 활용해 관세 여파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인상과 그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8억9천만달러로, 작년 4월보다 19.6% 감소했다.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4월 자동차 총수출액도 작년 동월보다 3.8% 감소한 65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에 수출한 물량도 5만1천148대로 전년 동월(6만3천939대)보다 20.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4월 미국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적량이 감소했던 2020년 4월(1만7천480대) 이후 처음이다.
기아와 한국GM의 경우 지난달 대미 수출량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수출 감소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기준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63만7천638대를 수출했고 기아는 37만7천367대, 한국 GM은 41만대가량을 수출했다.

현재는 현지 재고로 대응하고 있어 당장 수출 감소가 판매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달 16만2천615대로 작년 동월 대비 16.3% 증가하며 7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만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뜻으로 그에 따른 미국향 수출 증가와 가격 인상,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다시 수출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다음 달 2일까지 가격을 동결하겠다면서도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며 판매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도 대미 수출을 아예 중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관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키움증권은 이날 산업분석에서 "미국으로의 수출 선적을 전면 중단한 것이 아니라면 미국에 입항한 자동차가 통관되는 과정에서 품목관세 25%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결국 3분기가 아닌 2분기부터 품목관세 영향권에 들어선다"고 지적했다.
최근 도요타그룹도 트럼프 행정부 관세로 인해 올해 4∼5월 영업이익이 1천800억엔(1조7천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계는 현지 재고를 활용하는 전략을 이어가되 한미 간 관세 협상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2' 고위급 통상 협의 당시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7월 8일까지 합의를 이뤄내자는 '줄라이 패키지'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은 조선 중심의 전략적인 한미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상호관세와 자동차를 비롯한 품목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작년 말부터 관세를 예상하고 밀어내기를 했던 물량이 있기 때문에 관세 충격을 어느 정도는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버틸 수 있는 기간이 3, 4개월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현대차 수출 물량의 과반을 차지하고 영업이익률도 높은 시장이어서 현대차 입장에선 고통스러운 부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대선 이후에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패키지 딜'을 성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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