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외무부 아태 담당 국장 "군사·정보 당국 협력 채널" 강조
"이란·北 위협에 직면한 이스라엘-韓, 비슷한 처지…급진세력 맞서 연대해야"
가자 인도주의 문제엔 "하마스가 구호품 약탈" 주장…반입 한시 재개
"이란·北 위협에 직면한 이스라엘-韓, 비슷한 처지…급진세력 맞서 연대해야"
가자 인도주의 문제엔 "하마스가 구호품 약탈" 주장…반입 한시 재개

(예루살렘=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의 외교 당국자가 자신들의 세계 최고 수준 미사일 방어망 등을 거론하며 한국과의 안보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아비브 에즈라 국장은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외무부 청사에서 가진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정책 기조가 기존 미국, 유럽 중심에서 나아가 최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군사·정보 분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즈라 국장은 이러한 협력이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이란과 그 대리세력 간의 뚜렷한 연결에서 나타난 '급진 세력'들 간의 연계에 맞서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각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이스라엘과 한국이 비슷한 처지라고 강조한 에즈라 국장은 한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와 정보 당국을 비롯한 기관들 간의 (협력) 채널, 파이프라인을 개설함으로써 많은 것을 함께 배우고 공유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기술을 기꺼이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즈라 국장은 "우리가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다중의 방어 시스템을 가졌다는 것은 기꺼이 공유할 의사가 있는 부분"이라면서 미사일 기술은 한국과 이스라엘 간 협력의 "최고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전 요격률이 90%를 넘는 '아이언돔'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최근 한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기돈 사아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이스라엘 외무장관으로서는 1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안보 및 기술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에즈라 국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는 여러 세력들은 이스라엘의 양국 및 다자간 관계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월 치러지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차기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최초로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원한다고도 밝혔다.

현재 이스라엘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희생에 책임이 있다는 국제 사회의 강한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가장 핵심 동맹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동맹에도 마찰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에즈라 국장은 이러한 국제 사회의 여론에 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더 나아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의 분쟁은 테러를 지지하는 급진 세력과 평화를 추구하는 온건 세력 간의 광범위한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전까지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적인 공존을 목표로 외교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하마스와 이란, 이란의 대리세력들이 이러한 노력을 깨트렸다는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하터널에서 발견한 하마스 고위급 회의록을 근거로 10·7 하마스의 공격이 아랍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즈라 국장은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아랍, 혹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간의 대결이 아닌 "온건한 국가와 급진적인 국가들 간의 분쟁"이라면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그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와 관련해서 "이스라엘이 완벽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마스의 구호품 약탈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구호품 전달 방식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가자지구에 구호품 반입을 차단해왔던 이스라엘은 이날부터 식량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 반입을 재개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이달 24일께까지 한시적으로 이어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미국의 주도로 이스라엘이 참여해 만들어진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본격적으로 가자지구 지원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국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한 것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인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우정은 영원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패싱' 논란을 부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의 보아즈 비스무스 의원은 이날 크네세트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최고의 파트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두 번이나 방문한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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