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코인노래방, KTX…작가들이 영감을 얻는 곳은
연합뉴스
입력 2025-05-19 16:17:42 수정 2025-05-19 16:17:42
출판사 세미콜론 20주년 기념 앤솔로지…신간 '영감의 공간'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연상호 감독은 매일 아침 초등학생인 첫째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후 작업실로 향한다. 작업실은 집에서 5분 거리, 주택가에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지만, 영감이란 게 자주 떠오르는 건 아니다. 그는 쓰고 지우는 걸 반복한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영화나 책을 보고, 프라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머리를 쥐어짜 보지만,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이 쓰는 날보다 훨씬 많다.

연 감독은 "동경하던 창작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나의 작업실은 나의 일터이자, 괴로움과 희열, 감사와 저주가 늘 반복되는 공간이자 내가 가장 나답게 있을 수 있는 나의 내면"이라고 말한다.

만화가이자 작가인 홍인혜는 '코인 노래방'에서 안식을 찾는다. 록 발라드를 목이 터져라 열창하고 나면 마감 걱정이 어느새 사라진다. 코인 노래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감이 솟아나면 좋겠지만, 그런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 김겨울은 지방 강연 등 외부 일정 탓에 한 달에 한두 번은 KTX에서 시간을 보낸다. 피아노곡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지나가는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즐거운 일이어서 내심 KTX 타는 일을 반기지만, 마감에 쫓겨 노트북을 챙겨야만 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기분이 울적해진다고 한다.

[세미콜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신간 '영감의 공간'은 작가, 번역가, 평론가, 영화감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창작자들이 영감을 얻는 곳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일종의 앤솔로지이자,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미깡은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산책하며 정신을 다잡고, 음식 평론가 이용재는 아침 일찍 뜨개 카페 귀퉁이 자리에 가서 뜨개를 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간다. 번역가 최재혁은 덕수궁을 한 바퀴 돌면서 영감을 얻는다. 책에는 호텔, 욕조, 요가 매트, 일산 대교 등 작가들이 영감을 얻는 곳들이 등장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을 지나갈 것이다.

'내 영감의 공간, 휴식 공간은 어디일까?'

민음사 예술·만화·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세미콜론의 창립 20주년 기념작이다.

224쪽.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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