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직격탄 맞고 의사 구인난, 필수시설 미비 등 악재
"민간병원보다 열악한 것 같다" 인식에 병상 가동률 회복 더뎌
"민간병원보다 열악한 것 같다" 인식에 병상 가동률 회복 더뎌

(전국종합=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단양보건의료원의 사례에서 보듯 지방의료원은 저소득층과 의료 소외계층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최후에서 묵묵히 책임지는 공공 의료체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할 당시 확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병상을 통째로 내주는 등 고단했던 '방역 전쟁'의 최일선에 섰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자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해 의료 공백을 해소하며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 측면에선 여전히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적자의 만성화와 의사 인력 수급난 등은 신음하던 지방의료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말았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등록된 세입·세출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당기순손실액은 무려 1천600억원이다.
의료원별로는 서울의료원의 적자 규모가 192억원으로 가장 컸다. 부산의료원(-179억원), 청주의료원(-144억원), 대구의료원(-104억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84억원) 등도 막대한 적자 성적표에 고개를 떨궜다.
지방의료원 35곳 가운데 당기순이익이 흑자인 곳은 울진의료원,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등 7곳에 불과했다.
최근 3년 치(2022∼2024년) 누적 적자액은 서울의료원 840억원, 부산의료원 394억원에 달했다.
2021년 69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청주의료원은 그러나 이듬해 28억원 적자로 주춤하더니 2023년 154억원, 지난해 144억원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방의료원들의 재정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방의료원은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에 따라 입원 중이던 일반 환자들을 대거 민간병원으로 보내고 밀려드는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데 전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일반 환자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평균 63.6%이다.
40%대였던 코로나19 종식 직후와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 평균 가동률(80%)에 한참 못 미친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관계자는 "100개 병상을 기준으로 봤을 때 80개는 채워져야 직원들 월급을 주며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며 "코로나19 이후 병상 가동률 회복 속도가 매우 더뎌 임금 체불 직전까지 몰린 곳도 있었고, 지금도 임시방편으로 여기저기서 어렵게 메우는 상황"이라고 암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시민들이 건강검진 등을 제외하고 진료 목적으로 이들 의료원을 찾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코로나19 여파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고질적인 의사 구인난과 한정된 진료과목 등은 지방의료원이 민간병원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지난해 지방의료원 35곳 중 절반에 가까운 16곳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는 매년(2020년 14곳, 2021년 16곳, 2022년 15곳, 2023년 14곳) 되풀이되는 문제다.
청주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급여를 올리는 등 인력을 확보하려 애써도 비수도권은 대도시보다 정주 여건이 열악해 충원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이에 의료원장 개인 인맥으로 간신히 '모셔 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대학에서 인력 공급이 이뤄지면 좋은데 알다시피 충북대(청주)에서 배출된 의사 대부분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느냐"고도 했다.
실은 서울의료원과 수도권인 성남의료원, 광역시 소재 대구의료원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돈벌이가 좋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 있는 의료과목에 인력이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의료원 중에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에 의사가 없는 곳이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35개 지방의료원 중 6곳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4곳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
비뇨의학과(11곳), 신경외과(15곳), 정신건강의학과(17곳)는 전문의 부재 현상이 더 심하다.
필수 의료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상당수다.
34개 지방의료원(성남의료원 제외) 중 중환자실은 28곳(82.4%), 분만실은 20곳(58.8%), 음압격리병실은 23곳(67.6%)만 운영 중이다.
장비 현대화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도 이를 가동할 인력이 부족해 설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충주의료원의 경우, 산 중턱에 자리 잡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지방의료원 환자 이탈 요인은 복합적인 것 같다"며 "민간병원과 비교해 의사가 부족하고 필수시설도 미비하다 보니 의료원은 열악한 곳이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굳어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공적 역할을 하는 기관은 적자, 흑자 경영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다만 시설 투자 등이 이뤄져야 낙후되지 않은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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