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미사, 이렇게 진행된다…성 베드로 광장서 장엄한 의식
전 세계 정상·종교 지도자 대거 참석…25만 인파 운집 전망
전 세계 정상·종교 지도자 대거 참석…25만 인파 운집 전망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새 교황 레오 14세 시대를 여는 즉위 미사가 오는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즉위 미사에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의 지하에 안장된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내려가 참배한다. 성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교황직을 이어받았음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이후 가톨릭 성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도움을 청하는 '성인호칭기도'와 고대 찬가인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신다'(Laudes Regiae)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들과 함께 대성전 내부에서 성 베드로 광장으로 행진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광장에 설치된 제대에 오르면서 즉위 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사 중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권을 상징하는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착용하며 온 세계를 향해 교황으로서의 직무 시작을 선포한다.
팔리움은 교황이 어깨에 걸치는 고리 모양의 흰색 양털 띠로, 로마 트라스테베레의 산타 체칠리아 수도원 수녀들이 손수 제작한다. 팔리움에는 앞, 뒤, 옆으로 십자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대주교의 십자가 문양은 검은색, 교황의 십자가 문양은 붉은색이다. 앞, 뒤, 옆으로 새겨진 붉은 십자가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오상)를 뜻한다. 양모는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를 상징한다.

'어부의 반지'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으며,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한다. 고대에는 이 반지를 교황 인장으로 사용했으나, 오늘날에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고, 교황 선종 시 파쇄된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부의 반지'조차 순금을 사용하는 관례를 깨고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를 만들어 꼈을 정도로 즉위 미사에서조차 검소한 삶을 실천했다. 간소하고 소박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미사와 교회의 전통과 격식을 중시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를 비교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어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명의 대표단이 교황 앞으로 나아가 복종을 맹세한다. 추기경 3명과 주교 1명, 사제 1명, 부제 1명, 두 수도회 총원장(남녀 각각 1명), 한 쌍의 부부, 한 소년과 한 소녀 등 모든 교회 구성원이 대표단으로 선발된다.
이후 레오 14세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새 사목의 방향을 천명한다. 강론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 세계를 향해 평화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첫 일성으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첫인사를 하며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이후 성찬기도와 감사기도, 영성체 예식이 이어지고 레오 14세 교황은 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를 뜻하는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강복을 내린다.
파견 예식과 함께 교황이 광장에서 퇴장하면서 즉위 미사는 마무리된다. 교황의 즉위 미사는 일반적으로 2∼3시간 소요된다.
즉위 미사에는 전 세계 200여개국 정부 대표는 물론 종파를 초월한 여러 종교 지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스페인 왕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참석을 확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가 참석한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레오 14세를 선출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가한 유흥식 추기경과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원장인 정연정 몬시뇰도 즉위 미사에 함께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에 25만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오 14세 교황이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만큼 미국에서도 이번 즉위 미사는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로마 경찰은 이번 즉위 미사를 대비해 약 5천명의 경찰력을 배치하고 저격수, 드론 방어 시스템, 헬리콥터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보안 계획을 수립 중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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