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왕샤오훙 공안부장 아닌 쉬다퉁 부부장 참석해 펜타닐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현지시간 13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 관련 사진 4장을 공개했다.
사진 가운데는 양국 협상 대표들이 비공개회의를 하는 모습도 있다. 당시 양측은 관례를 깨고 수석대표의 모두발언 장면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상 맨 앞부터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중국 측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부부장(차관),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차례로 앉았다.
사진에 대해 홍콩 성도일보는 "허리펑은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고 리청강과 랴오민도 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베선트와 그리어는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고 14일 전했다.
회담 시작 전 양측 대표단이 정원에서 인사를 나누며 협상을 준비하는 모습의 사진 두 장도 있었다. 협상은 18세기에 건축된 제네바의 유명 저택 '빌라 살라딘'(현 유엔 제네바 사무소 주재 스위스 대사관저)에서 진행됐다.
양측은 협상 끝에 관세 인하 조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날 낮 12시 1분(중국시간·미국 동부시간 14일 0시 1분)을 기해 종전 대미 추가 관세율 125% 중 91%포인트의 적용을 정지했고, 남은 34% 가운데 24%포인트는 90일 동안 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도 지난 12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중 합의 내용을 반영해 관세율을 조정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조정 시작과 관련한 별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공동성명 발표 후 양측은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무역) 관계의 완전한 재설정(total reset)을 이뤘다"며 승리를 주장한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편집장 출신의 관변 논객 후시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성도일보는 당초 알려진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아닌 쉬다퉁 국가마약방지위원회 부주임 겸 공안부 부부장이 중국 측 마약 단속 인사로 협상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부총리급인 중앙서기처 서기와 국무위원을 겸하는 왕 부장의 서열이 협상 대표인 허 부총리와 비슷해 파견이 쉽지 않아 쉬 부부장이 대신 갔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대표단에 공안과 마약 단속 분야의 최고위급 인사인 왕 부장이 포함됐다고 전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그들(중국 측)이 펜타닐 전문가인 공안부 차관을 데려왔다"고 말했지만 이름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었다.
중국 대표단에 마약 단속 인사가 들어간 것은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의 명분 중 하나로 삼은 중국산 펜타닐(합성 마약의 일종) 원료 밀수출 문제를 미국 측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미국은 올해 2월과 3월 각각 10%씩 부과한 펜타닐 관련 대(對)중국 관세 20%는 철회하지 않았다. 양측이 펜타닐 문제에 대해 공방만 벌인 채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펜타닐이 미국의 문제지 중국의 문제가 아니고, 책임은 미국 스스로에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anfour@yna.co.kr
'무역 전면전'서 급선회…트럼프 "중국, 이미 심각한 타격"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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