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 육영수·이희호에서 대 끊긴 '존경받는 영부인'
연합뉴스
입력 2025-05-14 07:25:08 수정 2025-05-14 10:18:47
육영수, 근검절약의 대명사…유품서 해진 한복 속옷 나와
이희호, 관저 물품 그대로 사용…동교동 사저 유일한 유산
'육영수 롤모델' 김건희도 '영부인 흑역사'에 이름 올려
새 영부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감시체계도 손봐야


스페인 도착한 김건희 여사 (마드리드=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건희 여사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2.6.28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부인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이루는 육영수, 이희호 두 사람에게는 닮은 점이 있다. 대통령의 반려자이자 범접할 수 없는 실세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기관리에 철저했다는 것이다. 후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된 자식들이 비리로 감옥에 가 부모 명예에 먹칠을 하긴 했지만, 적어도 영부인인 자신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다는 게 후세의 평가다.

충북 옥천의 지주의 딸로 태어난 육 여사는 금수저답지 않게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고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다. 수돗물을 아끼려고 벽돌을 변기통에 넣어 사용했고, 외국 정상 내외를 만난 자리에서도 국산 가방과 의복을 고집했다.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의 흉탄에 숨진 육 여사의 유품을 정리하던 간호사들이 고인의 옷장에서 몇 번이고 기워입은 한복 속옷을 보고 감동해 눈물바다를 이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보육원 찾아 선물 건네는 육영수 여사(서울=연합뉴스) 1965년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대구시 소재 한 보육원을 방문해 원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모습.

의사 아버지를 둔 이 여사도 3살 아래인 육 여사 못지않은 금수저였으나 평생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재물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청와대 안주인이 돼서도 동교동 사저에서 옮겨온 침대 말고는 전임자인 손명순 여사가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썼다. 재임 중에 관저에서 바꾼 게 하나 있었는데 커튼이었다고 한다. 2019년 별세하면서 자손에 남긴 유산은 동교동 사저와 노벨평화상 상금이 전부였다.

두 사람이 존경받는 건 청렴 때문만은 아니다. 내조의 반경을 국가 의전에서 사회의 그늘진 곳으로 넓혀 약자를 위한 봉사 활동에 매진했다. 육 여사는 때마다 전국에 산재한 한센인 마을과 보육원, 빈민촌을 돌며 그들의 애환을 복지정책에 반영했다. 이 여사는 삶 자체가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역사로 여겨질 만큼 여성의 인권 향상에 일생을 보냈다.

두 사람은 '청와대 내 야당'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 측근들이 전하기 힘든 민심과 야당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등 남편이 국정운영의 초심을 잃지 않도록 했다.

어버이날 요양원 찾은 이희호 여사 (서울=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어버이날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소재 노인복지시설 청암노인요양원을 방문, 이 요양원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1999.5.7

육영수 여사를 롤모델로 삼았던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 혐의로 검찰로부터 공개 출석 통보를 받았다. 육 여사 사후 이순자 여사부터 김옥숙, 권양숙, 김윤옥, 김정숙 여사에 이르기까지 과거 영부인들이 이런저런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의혹을 사 불명예를 안은 터라 또다시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다음달 3일이면 조기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간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 또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가 영부인이 될 게 확실한데, 이제는 누가 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만 해도 중간은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국민이 뽑는 건 대통령이지 공식 직함도 없는 영부인이 아니라지만, 최소한 권력의 불나방들이 영부인과 그 주변에 꼬이지 않도록 촘촘한 친인척 감시체계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j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프란체스카부터 김정숙까지(서울=연합뉴스) 청와대 본관 무궁화실에서 전시된 11명의 역대 영부인 사진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2022.7.19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