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세계 초연작…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세대 간 지혜가 전승되는 얘기"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韓 문화 속 물의 역할 주목…물의 소리 들려줄 것"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韓 문화 속 물의 역할 주목…물의 소리 들려줄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물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에요."
예술의전당의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하 '물의 정령')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물의 정령'은 물의 정령에 홀린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물시계 장인이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공주와 장인이라는 두 여성 캐릭터 중심의 서사에다가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물과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상징을 담은 작품이다.
공주 역할을 맡은 황수미는 '물의 정령'이 여성의 서사에 국한되지 않은 작품이라면서, 인간에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자 주인공 두 명이 이끌어가는 오페라라기보다는 현시대 가장 이슈가 되는 기후변화 등이 모티브가 돼 시사적인 내용들을 동화처럼 풀어나간다"며 "환경과 더불어 왕권, 일반 백성 등 지금 국내의 상황과 견주어서 비춰볼 수 있는 내용들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장인 역할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세대 간 전승을 다룬 이야기라고 짚었다. 세대 간에 권력과 지혜가 옮겨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김정미는 "왕과 공주의 관계가 있고 물시계 장인과 제자의 관계가 있다"며 "두 여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건 맞지만, 둘만의 이야기라기보단 구세대(올드 제너레이션)에서 신세대(영 제너레이션)로 인생과 사회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은 호주를 대표하는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맡았다. 그는 오페라 '바이오그래피카', 영화 '다이하드 4' 등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펼쳐온 작곡가다. 핀스터러는 호흡을 맞춰온 호주 극작가 톰 라이트와 의기투합해 이번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는 물의 정령이라는 소재를 쓰게 된 이유에 관해 "(톰 라이트와)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국 문화를 공부했는데, 귀신 등의 이야기에서 물이라는 요소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물을 극 전개에 주요한 요소로 활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타악기를 통해 물의 소리도 표현하려 했다. 예술의전당은 관객의 몰입을 위해 공연 30분 전부터 파도를 담은 영상도 틀 예정이다.
핀스터러는 "저희 곡에서는 매끄럽게 끊임없이 흘러가는 느낌을 많이 주려고 했다"며 "워터폰이라는 악기도 활용해서 물을 대표하는 소리로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오페라는 예술의전당이 최초로 선보이는 영어 오페라로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였다. 예술의전당 측은 작품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면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은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로 오페라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점에서 시작했다"며 "이미 K콘텐츠가 한국어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만 아는 소재를 쓰기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서 창작을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예술의전당은 '물의 정령' 재연을 해외 극장에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만의 국립 타이중 극장,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도쿄 신 국립극장과 논의 중이다.

성악가들은 초연인 점 등을 들어 이번 공연이 쉽지 않다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시계 장인의 제자 역을 맡은 테너 로빈 트리츌러는 "모르는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거 어떻게 하지' 싶었다"면서도 "감사했던 것은 작곡가가 제가 다르게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바꿔주고 도와줬다는 점"이라고 돌아봤다.
황수미는 "저는 악보 받고 '못 하겠다'고 했다"며 "메리 핀스터러가 친절하게 수정도 많이 해주고 제 요구를 많이 들어줘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이 작품이 결과적으로 좋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미는 "처음 여러분께 선보이는 이 작품이 조금 마음에 안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얘기를 듣고 수정해나가면서 관객분들께 선보였을 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작품으로 수정하고 완성해나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정말 완벽에 가깝게 노력하려고 한다. 조금의 너그러움과 인내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물의 정령'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드맨 워킹' 등을 지휘한 스티브 오즈굿이 지휘봉을 잡았으며 연주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합창은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맡았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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