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선' 재현선 입항 환영식…엑스포장서 통신사 행렬 재현
"과거 통신사는 K-팝 아이돌급…가까운 이웃으로 평화 꿈꿨으면"
"과거 통신사는 K-팝 아이돌급…가까운 이웃으로 평화 꿈꿨으면"

(오사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13일 오전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
평소라면 항만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일 이곳이 분주했다.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고 '환영 오사카에'라고 직접 쓴 손팻말을 든 사람도 있었다.
그들 뒤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옛 모습의 배가 있었다.
과거 한국과 일본을 이으며 '평화 외교'를 실천한 조선통신사의 흔적이다. 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해 온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역사다.

다카하시 도오루 오사카시 부시장은 이날 부두에서 열린 입항 환영식에서 "조선통신사는 두 나라를 넘어 문화와 지혜를 존중하고 서로 교류해 온 상징"이라고 말했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선 일본 에도(江戶)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 사절단을 일컫는다.
과거 통신사 행렬이 탔던 배를 재현한 선박이 뱃길을 따라 오사카에 온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使行·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2023년 쓰시마, 2024년 시모노세키까지 간 데 이어 이번에는 오사카까지 항해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261년 만에 당시 (조선통신사) 배를 복원하고, 오사카항에 입항하게 돼 많은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부시장은 "통신사의 역사를 재현하는 시도는 한국과 일본이 오랜 우호를 나누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도 "조선통신사선은 한·일 국민의 마음을 잇는 징검다리"라며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외교와 문화 교류를 이뤄낸 상징적인 배"라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기간에 맞춰 입항한 점을 언급하며 "평화와 존중의 정신을 과거부터 공유해왔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지 시민들도 261년 만에 도착한 '특별한 손님'을 반겼다.

이른 아침부터 부두 주변에는 오사카시와 항만국 관계자를 비롯해 약 250명이 모여 조선통신사선 입항을 축하했다.
한복을 입고 참석한 후카이 미키코 씨는 "실제로 배를 보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나카오키 아이코 씨는 "과거 조선통신사 행렬은 지금의 K-팝 아이돌에 버금갈 정도였다"며 "가까운 이웃으로 사이좋게 지내며 함께 평화를 꿈꾸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둘러본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선내 곳곳을 사진 찍었다. 통신사선의 모습을 담은 옛 그림을 보면서 "그대로네요", "멋있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 공연을 즐기며 '지화자', '얼쑤' 등 추임새도 넣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문화재단 등은 오사카 엑스포의 '한국의 날'을 맞아 이날 오후 엑스포장 내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도 펼친다.
오재환 재단 대표이사가 사신의 우두머리인 정사(正使)로 나서며 국서를 태운 가마, 취타대, 일본 무사 행렬, 무용단의 행렬을 보여준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5일까지 오사카에 머무를 예정이다.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현지 시민들을 초청해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소개하는 '선상 박물관' 행사를 열고 전통 공연도 펼친다.
이후 효고현 다쓰노로 이동한 뒤 25일 오후 시모노세키에서 열리는 귀항 환송식을 마지막으로 부산을 거쳐 연구소가 있는 목포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앞으로 연구소는 판옥선, 거북선을 모두 복원해서 항해할 예정"이라며 "바다를 직접 연구하고 항해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홍순재 학예연구사는 "이번 항해를 보고 전국 각지에서 '러브콜'이 잇따르는 중"이라며 "러시아, 일본에서 열리는 범선대회에 출전해 통신사선을 홍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도에 배를 접안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 시절 조선통신사선은 한국과 일본을 서로 오가는 평화의 상징이었잖아요. 앞으로는 한·일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김성원 선장)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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