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레스터 동화'의 주역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2024-202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은퇴를 철회하며 시즌 중반 위기에 빠진 AS로마를 맡아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경쟁권으로 끌어올린 공로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라니에리 감독은 현재 나폴리를 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탈리아 팬들의 투표로 선정됐다.

이탈리아 로마 전문 매체 '로마프레스'는 7일(한국시간) 해당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라니에리는 감독 커리어 마지막 시즌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2025년 들어 유럽 5대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승점을 쌓은 팀이 라니에리가 이끄는 로마"라고 보도했다.
라니에리는 시즌 도중 부임했으며, 그의 합류 당시 로마는 강등권과 5점 차에 불과할 만큼 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팀은 급격한 상승세를 타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풋볼이탈리아'에 따르면, 로마는 최근 11경기에서 9승 2무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 기간 동안 리그 선두인 나폴리도 승점 22점에 그쳤다.
시즌 전체를 기준으로도 라니에리 부임 이후 로마는 23경기에서 승점 53점을 획득했다. 같은 기간 세리에A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얻은 팀은 나폴리(54점)이며, 로마는 단 1점 차로 2위에 해당한다. 이는 기존 상위권 팀들인 인터 밀란(52점), 아탈란타(46점), 볼로냐(45점), 유벤투스(40점)보다도 높은 수치다.

라니에리는 2024-2025시즌 들어 세 번째로 로마의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다. 앞서 다니엘레 데 로시와 이반 유리치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뒤, 라니에리는 긴급 투입됐다.
하지만 그는 단기간 내 팀의 조직력을 회복시키고, 안정적인 수비와 효율적인 공격 전술로 성적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 2024년 12월 15일 이후로는 세리에A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로마는 현재 리그 5위에 올라 있으며, 4위 유벤투스와는 승점 차 없이 동률이며, 남은 4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위치다.
이에 따라 다음 주에 펼쳐질 아탈란타와 AC밀란과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로마가 4위권을 수성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라니에리는 시즌 종료 후 로마 감독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구단 내부 디렉터 직책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는 자난 5일 펼쳐진 피오렌티나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로마를 사랑하지만, 다음 시즌까지 감독을 맡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재계약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싸워야 하고, 변명은 필요 없다. 남은 4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니에리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 시티를 이끌고 2015-2016시즌 우승이라는 이변을 연출하며 '동화'의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그는 탄탄한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리더십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올해 74살인 그는 지난해 여름 칼리아리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은퇴를 선언했으나 자신이 두 번이나 지휘봉을 잡았던 친정팀을 살려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 현역 복귀했다. 자신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알리는 듯 대반전을 일궈내며 레스터 시티 우승 못지 않은 리더십을 유럽 전역에 남겼다.
이번 세리에A ‘올해의 감독상’ 수상은 그러한 지도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단순한 업적 회고를 넘어 현재진행형 지도자로서의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