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학여행에 부모도 근처 숙소 잡아놓고 자녀에 인슐린 주사"
"미혼모라는 이유로 왕따당했지만 아이 위해 버텼다"…[삶] 인터뷰이들
"미혼모라는 이유로 왕따당했지만 아이 위해 버텼다"…[삶] 인터뷰이들

[※ 편지자 주= 이번 특집기사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본인의 자녀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단체 대표 3명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습니다. 질문-답변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전에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중 일부 내용은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업데이트했습니다. 기사의 앞부분에는 인터뷰이들이 정부와 국회 등에 바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추가한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아이가 갑자기 실종되자 전국 곳곳을 찾아 다니며 윤락가까지 뒤지는 아빠. 아이가 1형 당뇨에 걸려서 우유 한 잔 더 먹겠다고 울어도 그걸 막아야 하는 엄마.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친정 부모의 비난도 견뎌야 하는 미혼모.
부모들은 어느 날 닥친 고난에 좌절하고 삶의 의지를 잃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다시 일어난다.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모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영웅이다.
그런데 부모들의 이런 고통은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 행정당국, 사법당국 등은 부모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으나 무사안일로 대처하거나 아예 외면하기도 한다.
[삶] 인터뷰이들은 대한민국 부모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국회와 당국 등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7일 "당국은 아이들 실종에 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종아동센터 운영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의 담당 직원은 현재 5명에 불과한데, 이는 이전의 11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라면서 "이러니 실종 가족에 대한 대응과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 대표는 "장기 아동 실종사건의 공소시효는 폐지해야 한다"면서 "공소 시효가 있다 보니 경찰이 의무가 아니라 마치 인심 쓰듯이 사건을 대하고 있으며, 수사를 안 해도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김미영 1형 당뇨 환우회 대표는 정부가 올해 안에 1형 당뇨병을 '췌장 장애'로 인정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 질병은 췌장 베타세포의 가능 손상으로 발생하며, 치료가 원활하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상생활이 어렵고, 장기적으로 시력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들은 아기 아빠가 도주한 상황에서 용기를 갖고 생명을 지켜낸 사람들"이라면서 "국민들이 미혼모들에 대해 편견을 거뒀으면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혼모를 위해 좀 더 촘촘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임신 후기의 미혼모들에게는 실질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임신기의 미혼모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은 아기를 포기하게 되는 첫째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임신기 예비부모 수당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삶] 실종 자식 찾으려 광주리 장사하면서 집집 방문하는 어머니(2023년 5월11일 송고)

-- 실종아동 가족들의 고통은 어느 정도인가.
▲ 대부분의 부모가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닌다. 재래식 화장실, 맨홀 안을 뒤지기도 하고, 광주리장사를 가장해 집집이 방문해 혹시 자기 자식이 있는지 살피기도 한다. 실종된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에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못하고, 겨울에 난방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는 자녀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실종 아이의 부모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삶을 견뎌야 한다.
-- 본인의 딸 실종사건 내용은.
▲ 초등학교 4학년, 만 10세였던 딸 희영이가 실종된 것은 1994년 4월 27일이었다. 그날 오후 3시께 학원에서 외갓집으로 왔다가 놀이터로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외갓집은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 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들은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늦게서야 현장에 나왔다. 나는 남원에서 경상도, 전라남도, 전주로 나가는 길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들어주지 않았다.

-- 본인은 그 이후 아이를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전국을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윤락가도 뒤졌다. 보육시설, 장애인시설 등 각종 시설 3천 곳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아이가 없다는 답장은 2∼3곳에서만 왔다. 거의 모든 시설이 답장조차 안 했다.
-- 보육시설은 협조를 잘 안 해주는 편인가.
▲ 보육시설에 직접 방문해서 입소자 파일을 보자고 하면 안 보여줬다. 그래도 다시 한번 요청하면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느냐. 없다고 하면 없는 줄 알면 되지 당신이 뭔데 여기 와서 이러느냐"고 화를 냈다. 파일을 열람해 봐도 아이 사진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보육원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우리를 데려가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학교에 간 아이, 학원에 있는 아이, 밖에서 노는 아이 등이 많다 보니 그렇게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보육시설에 가서 아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 보육시설은 왜 성의가 없나.
▲ 아이들이 생계 수단이기 때문이다. 보육원 아이 한 명에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실종자 부모가 보육원에서 아이를 찾아내면 보육원 입장에서는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내줄리 없다.

-- 경찰은 장기 실종 아동 수사에 소극적인가.
▲ 거의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경찰은 내 딸 희영이의 수사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 폐기처분 한 것으로 보인다. 희영이뿐 아니라 상당수 실종 아이의 수사자료는 경찰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과거에 서울역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는데, 인근 파출소가 신고를 접수하지 않아 부모가 급하게 먼 거리의 남대문경찰서로 뛰어가야 했다. 그 바람에 아이를 찾을 기회를 잃었다. 아이를 데리고 있었던 사람과 길이 어긋났던 것이다.
-- 경찰이 실종 아이 찾는 데 관심이 적은 이유는.
▲ 실적과 승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범인 검거 가능성이 높은 살인사건 등에 집중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데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 장기 실종 아동 수사는 어디서 하나.
▲ 장기 실종 수사는 2~3년 전부터 형사기동대가 담당하고 있다. 그 결과 실종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형사기동대는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많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실종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경찰청의 실종팀, 또는 실종 수사만 담당하는 수사관 없이는 장기 실종 수사는 쉽지 않다.
-- 실종아동 찾기 정부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 연간 9억원도 안 된다. 지난 2004년 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실종아동 1명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5억8천만원이었다. 20년이 흐른 현재 '실종아동 예방 홍보와 찾기' 예산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 정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 실종은 사회적이면서도 국가적 문제다. 부모의 잘못도 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실종아동 발생부터 입양까지 전 과정에 불법적이면서 범죄적인 혐의가 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 김미영 1형 당뇨 환우회 대표
[삶] "5살 아이가 1년에 1천500번 스스로 인슐린 주사하다니"(2023년 11월15일 송고)

-- 1형 당뇨에 관해 설명한다면
▲ 1형 당뇨는 2형 당뇨와 다르다. 2형 당뇨는 유전적인 영향이나 비만, 노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나오지만 적게 나오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질환이다. 1형 당뇨는 아예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다. 주로 성인에서 발생하는 2형 당뇨와는 달리 1형 당뇨는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1형 당뇨 환자는 인슐린을 공급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 인체 내에서 인슐린의 역할은 무엇인가.
▲ 우리가 탄수화물 등을 먹으면 소화의 과정을 거쳐 위장에서 포도당으로 전환한다. 이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야 에너지가 되는데, 그 문을 열어주는 것이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없으면 포도당이 세포로 진입할 수 없기에 핏속의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장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피가 끈적끈적해져서 당뇨망막증, 신부전증, 심혈관질환, 족부 괴사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고 해서 손과 발끝이 전기가 오는 것처럼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증세도 있다.
-- 국내 1형 당뇨환자는 몇 명인가.
▲ 한국의 전체 당뇨환자는 500만명이다. 이 중 1형은 5만7천명이다. 나머지는 2형 당뇨다.

-- 1형 당뇨 자녀들의 부모 모임을 하면 많이 운다고 하던데.
▲ 인터넷 환우회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누구 엄마로만 알고 있고, 인터넷 글로만 접하다 얼굴을 처음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은 초면인데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서로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 아이의 혈당 관리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을 듯한데.
▲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간식으로 새우깡 3개를 준다. 비 오는 날 밖에서 운동할 수 없으면 아이와 함께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지하 주차장을 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혈당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아이가 1박 2일로 수학여행을 가면 엄마도 따라간다. 수학여행지가 에버랜드라고 한다면 엄마도 그곳에 숙소를 별도로 정해놓고 시간에 맞춰 인슐린을 주사한다. 어떤 아빠는 점심시간마다 매일 초등학생 딸이 보내주는 카톡 사진을 기다린다. 아이의 점심 식판 사진이다. 그걸 보고 어느 정도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지를 아이한테 알려준다. 어떤 엄마는 독서왕이 됐다. 아이에게 일정 시간마다 인슐린 주사를 놔야 하니 학교 운동장에 차를 세워놓고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 김민정 한국 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삶] "일부러 월세 살고, 車 파는 아빠들…미혼모에 양육비 안주려고"(2024년 5월10일 송고)
[삶] "인사해도, 친했던 엄마들이 모르는 척하네요…내가 미혼모라고"(2024년 5월16일 송고)
-- 어떤 사람을 미혼모라고 하나.
▲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엄마들을 말한다.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도 넓은 의미의 미혼모 해당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직접 키우는 엄마를 양육 미혼모라고 한다. 비혼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임신해 출산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하는 일본인 사유리 씨가 그런 사례다. 그는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우리는 이런 사람을 자발적 미혼모라고 부른다.
-- 전국에 미혼모가 몇 명 있나.
▲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았지만 2만5천명 정도다. 10대에서 40대까지 전 연령층에 미혼모들이 있다.
-- 어떤 경로로 미혼모가 되나.
▲ 남자가 여자친구의 임신 사실을 알고 도망가서 미혼모가 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임신 초기에는 낳아서 함께 키우자는 남자도 있다. 그러나 여자친구의 배가 불러오자 마음이 바뀌어 도망간다. 생각보다 남자들의 마음이 쉽게 바뀐다. 여자친구가 자기한테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몰래 이사 가는 남자도 있다.
-- 미혼모들이 성적(性的) 방종으로 애를 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한데.
▲ 동의할 수 없다. 우리 회원들 가운데 부도덕한 엄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다. 미혼모들은 남자 친구를 사귀었고, 예상치 않게 아이가 생긴 것뿐이다. 미혼모들이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러 다녀서 아기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일은 거의 없다. 문란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미혼모에 대해 비난하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있나.
▲ 미혼모 엄마들은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왜 책임도 못 질 아이를 낳아놓고는, 정부 지원으로 아이를 키우려 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혼모가 부도덕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한다.
-- 미혼모가 다른 학부모들에게 차별받는 일도 있나.
▲ 초등학생을 둔 한 미혼모가 있었다. 그 엄마는 녹색 어머니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는 아이들 등교 시간에 학교 근처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를 말한다. 그 엄마는 그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부모들과 잘 어울렸다. 어느 날 이 엄마는 친한 다른 엄마에게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학부모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엄마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멀뚱멀뚱 쳐다보고는 모르는 척하고 그냥 지나쳤다. 이 엄마들은 자기 자식이 이 미혼모의 아이와 노는 것도 막았다.
-- 미혼모들은 직장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나.
▲ 권고사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다.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퇴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측은 직접적으로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압력을 가한다. 과도한 업무를 맡기거나 다른 분야의 업무를 추가로 떠넘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게 되니 그냥 나가게 된다.
-- 미혼모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 어떻게 보면 아주 훌륭하고, 용기 있는 엄마들이다.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지켰기 때문이다. 입양을 보내지 않고 자기가 책임을 진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는 낙태하거나 입양 보낸 엄마보다는 책임지고 키우는 엄마를 비난한다.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응원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 본인은 미혼모가 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
▲ 아이를 낳았을 때 기쁘면서도 부담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낙태나 입양 대신에 아이를 직접 키운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미혼모 가정이라고 해서 다른 가정들과 다를 게 없다. 아이에게 아빠를 만들어줄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미혼모는 아이 아빠가 도주한 상황에서 용기를 갖고 생명을 지켜낸 사람이다. 그러니 저희 가정에 대해 편견을 거둬주셨으면 고맙겠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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