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세대 감독 약진…전 부문에 한국 장편 0편·일본은 6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제78회 칸국제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12일간의 여정에 들어간다.
올해에도 칸의 '단골'이라 할 만한 거장들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다수 포진했지만, 처음으로 경쟁 부문 초청장을 받은 감독도 7명 있다. 여성 감독의 작품이 역대 최다인 7편 초대된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 영화는 2023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경쟁 부문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물론이고, 전 부문에서 한 편의 장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반면 일본 영화는 장편 영화만 6편이 다양한 부문에서 고루 상영된다.
◇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2명…'칸의 총아'들 집결
6일 칸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총 21편이다.
형제 감독인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의 '더 영 마더스 홈'은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올해로 열 번째 칸의 무대를 밟는 다르덴 형제의 신작으로, 보호센터에 머무는 다섯 명의 젊은 엄마와 이들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벨기에의 거장들이다.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을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세 번 받은 감독이 된다. 이들이 심사위원대상('자전거 탄 소년'), 감독상('소년 아메드'), 각본상('로나의 침묵'), 칸영화제 75주년 특별상('토리와 로키타') 등의 트로피도 들어 올린 대표적인 '칸의 총아'인 만큼 수상 가능성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티탄'(2021)으로 여성 감독으로는 역대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은 쥘리아 뒤쿠르노의 신작 '알파'도 경쟁 부문 초청작에 포함됐다. 학교에서 돌아온 13살 소녀 알파의 몸에 문신이 새겨진 것을 홀어머니가 발견하며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 밖에도 린 램지 '다이, 마이 러브', 자파르 파나히 '잇 워스 저스트 액시던트', 타릭 살레 '이글스 오브 더 리퍼블릭', 클레버 멘돈사 필로 '더 시크릿 에이전트' 등 칸에서 수상 경험이 있는 감독들의 신작이 대거 초대됐다.
아직 수상 경력은 없지만 꾸준히 칸이 주목해온 감독들도 또다시 부름을 받았다. 켈리 라이카트 '더 마스터마인드', 웨스 앤더슨 '더 퍼니션 스킴', 요아킴 트리에르 '센티멘털 밸류', 마리오 마르토네 '푸오리' 등이다.
◇ 30·40 신진 창작자들도 도전…日 여성 감독 하야카와 주목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감독은 총 7명으로, 모두 30∼40대의 차세대 창작자들이다.
미국 독립영화사 A24가 발굴한 대표적인 감독 아리 애스터는 신작 '에딩턴'을 들고 칸을 찾는다. 작은 마을 에딩턴에서 보안관과 시장이 대치하며 일어나는 이웃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호아킨 피닉스, 페드로 파스칼, 에마 스톤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진이 주연했다.
애스터는 '유전'(2018), '미드 소마'(2019), '보 이즈 어프레이드'(2023) 등 독창적인 호러물을 통해 자기만의 영역을 다져왔다. 그동안 북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칸영화제를 공식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여성 감독 하야카와 지에는 '르누아르'로 칸을 찾는다. 198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사춘기와 가족 문제를 헤쳐 나가는 11살 소녀 후키의 이야기다.
칸영화제는 하야카와가 영화 학도였던 2014년 단편 '나이아가라'를 학생 영화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하며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첫 장편 '플랜 75'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했으며 신인상 격인 황금카메라상의 '특별언급' 영예를 안겼다.
이들 외에도 올리베르 락세, 마샤 실린스키, 올리버 허머너스, 하프시아 헤르지, 카를라 시몬 등 유망한 감독이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여성 감독의 약진도 올해 칸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다. 경쟁 부문 초청 감독 21명 중 7명이 여성으로, 이는 역대 칸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칸영화제는 최근 4년 동안 여성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두 번 줄 만큼 과거의 보수적인 모습을 탈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장으로도 프랑스의 여성 배우 쥘리엣 비노슈를 임명했다.
◇ 한국, 올해도 경쟁 불발에 비공식 부문도 0편…6편 日과 대조
한국 영화는 3년 연속 경쟁 부문 진출이 불발됐다. 비경쟁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등 다른 공식 부문에서도 한국 장편은 포함되지 않았고, 감독·비평가 주간 등 비공식 부문에서도 초청작을 내지 못했다.
한국 장편 영화가 칸영화제에 한 편도 초대되지 못한 건 2013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이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이 시네파운데이션에 각각 진출하면서 간신히 한국 영화의 체면을 살렸다.

반면 일본은 경쟁 부문 무대를 밟는 하야카와 감독의 '르누아르'를 비롯해 총 6편의 장편과 1편의 단편이 초청작 명단에 올랐다.
이시카와 게이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원작으로 연출한 '먼 산의 빛'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됐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가 강세를 보였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선 가와무라 겐키의 '8번 출구'가 상영된다.
이 밖에도 후카다 고지의 '사랑의 재판'(칸 프리미어), 재일 한국인 3세인 이상일의 '국보'(감독주간)와 단즈카 유이가의 '전망 세대'(감독주간)가 칸의 선택을 받았다. 다나카 미키의 단편 '진저 보이'는 시네파운데이션을 통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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