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남으로, 남으로…일본 개척한 한반도 이주민들
연합뉴스
입력 2025-05-06 08:00:03 수정 2025-05-06 08:00:03
신간 '한반도 이주민의 일본 열도 개척사'


한일 멤버로 구성된 '르세라핌'[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유전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주장이 있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지난해 펴낸 '한국인의 기원'(바다출판사)에 따르면 중국 랴오허강(遼河) 일대에 분포했던 사람들은 밭 농경과 유목을 함께 하는 반농반목 문화를 발전시켰고, 이들이 한반도와 일본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기후가 나빠질 때마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남하해" 이주 물결을 일으켰다. 특히 기원전 2800~2300년 전에 나타난 기후 변화로 농경민 집단 이주가 한반도로 이어졌고, 일부는 이 과정에서 일본 규슈 지방으로 진출했다.

그 흔적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인은 몽골인보다는 일본인, 그리고 만주족과 같은 중국 북동부 사람들과 가깝다. 특히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한반도인이 일본으로 넘어갔고, 그 결과 한국인과 일본인의 유전자는 거의 같아졌다.

박 교수는 "양국 사람들의 유전체는 일본인에게 일부 남아 있는 조몬 수렵채집민의 유전자를 제외하면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일본 규슈의 한 신사. 규슈는 초기 한국인이 많이 건너간 곳으로 추정된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제문화연구회 이사인 이재일 씨도 비슷한 의견을 펼친다. 그는 신간 '한반도 이주민의 일본 열도 개척사'(미문사)에서 "일본이라는 나라, 그 기원은 바로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주민들"이라고 주장한다. 유전자 분석보다는 발로 확인한 결과다. 그는 10여년간 일본 열도 전역을 답사하며 고분, 신사, 고대 유적, 산성과 같은 유물들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저자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7세기까지 1천년에 걸쳐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이주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초창기 이주민들은 규슈 북부 해안과 이즈모 지역 등 바닷길을 통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규모도 작고 미미한 존재였지만, 점차 이주민의 수는 증가했다. 이들은 점점 더 동쪽으로, 더 넓은 지역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일본 나라 호류지의 '백제관음' [호류지 소장품인 이 불상은 아스카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1951년 일본의 국보로 지정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4세기에 이르러서는 가야와 신라, 고구려 등 한반도에서 실제로 세력을 떨쳤던 정치 집단들이 조직적인 형태로 일본 열도로 이주했다. 이들은 지금의 오사카, 나라 지역에 정착하며 일본 열도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 나갔다. 단순한 이민이 아니라, '정복'에 가까운 이주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이주민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들의 출신지를 철저히 감췄다는 점이다. 7세기, 한반도에서 결정적인 세력 교체가 일어나자, 일본에 정착해 있던 이주민들은 더 이상 고국과의 연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일본 열도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 냈고, 역사도 새롭게 써 내려갔다.

저자는 "일본의 기원은 일본 열도 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의 손에서 시작되었다"고 단언한다.

5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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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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