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려는 사람은 국회 진입 거의 불가능"
"각계인사로 국민협의회 구성해 의원특권 폐지해야"…[삶] 인터뷰이들
"각계인사로 국민협의회 구성해 의원특권 폐지해야"…[삶] 인터뷰이들

[※ 편집자 주= 이번 특집 기사는 6월 대선을 앞두고 개헌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22년 9월부터 진행된 [삶] 인터뷰 내용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한 의견을 발췌해 별도로 묶은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국회의원들의 부패와 특권은 40년 전인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보다 심하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뇌물을 받고, 출판기념회를 통해서도 검은돈을 받기도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당 대표나 당내 실력자들에게 줄을 서서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순수하게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인재들은 국회에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선생이 2023년 7월, 2024년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8개월 후인 9월 22일 암으로 별세했다.
그의 마지막 꿈은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작년 4월 총선에서 특권폐지정당을 통해 5개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들 5명의 의원이 걸어서 국회로 출근하고, 의원 급여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반납하고, 보좌진 수도 줄이는 등 특권 폐지를 실천하면 여야 거대 정당들이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말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집중한 것은 낙후한 정치권이 한국의 선진적 분야를 괴롭히고, 억누르고, 훼손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특권을 폐지해야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올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인 정치개혁도 진행되고, 정치권의 다른 분야 억압도 풀리면서 나라가 강성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장기표 선생은 별세하기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는 정도로는 특권 폐지라고 할 수 없다. 그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급여를 대폭 낮추는 등 180여가지나 되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6월 대선을 앞두고 개헌 이야기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개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장기표 선생이 강조했듯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가 없는 정치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의 틀이 바뀌어도 이를 운용하는 국회의원의 질적 수준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삶] 인터뷰이들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해서는 각계 인사로 국민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실질적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래의 <국회의원 특권 내용 요약>은 인터뷰이들이 지적한 내용 등을 종합해서 정리한 것이다. 그 아래 질문-답변은 그동안 진행한 [삶] 인터뷰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한 내용만 발췌해 묶은 것이다.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 요약>
한국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상대방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는 막말을 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7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인 중대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세비를 받는다.
그런데 한국 국회의원의 실질 연봉은 5억원이다. 세비 1억5천700만원 외에 여러 가지 실질적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무실 지원 경비로 1억원을 받는데, 그 절반은 승용차 유류비 등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후원금이 의원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수도 있다. 후원금으로는 매년 1억5천만원을 받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을 받는데도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받기 때문이다.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대통령 선거 등으로 3개년에 있으니 거의 매년 진행되는 셈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설과 추석에 모두 800여만원의 명절 휴가비를 받는다. 국가는 국민들에게는 이런 휴가비를 주지 않는다.
한국 국회의 상임위원장은 월 1천만원씩 연간 1억2천만원의 판공비를 받는다.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량이 매달 고장 나는 것이 아닌데도 매달 차량 유지비 100만원을 받는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약국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 국회의원의 이런 이용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국회의원에게 이런 특혜를 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1년에 두차례씩 나랏돈으로 호화판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면 '칙사' 대접을 받는다. 외국에 있는 한국 공관들은 자동차, 통역, 숙소 등을 구해주고 만찬과 오찬을 한 번씩 열어준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일본 국회의원 비서는 3명이다. 스웨덴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수행비서로, 운전기사로, 지역구 관리원으로 쓴다. 선거가 임박하면 보좌진 대부분을 지역구에 내려보내 자기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 이들 보좌진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어서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검은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 경조 행사를 통해서도 뇌물을 받는다. 이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 '영원한 재야' 장기표
[삶] 장기표 "특권층 범죄자 처벌대신 출세…학교 인성교육 될리없다"(2023년 7월4일 송고)

-- 한국 국회의원 연봉을 낮춰야 하나.
▲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니 국민의 평균소득 정도를 받으면 된다. 지난해(2022년) 도시근로자 평균 월급이 378만원이었다. 올해는 좀 더 늘어났을 것이므로 400만 원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나.
▲ 국회의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고려하면 월급 400만 원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급여 외에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명예를 받는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가치다. 도시근로자 월급이 평균 400만 원이라는 것은 상당수 국민이 그 액수도 안 되는 급여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나와 아내의 월수입은 220여만원이다. 국민연금과 베트남 참전 수당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그래도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다.
-- 월급 400만원이면 유능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지 않으려 할 텐데.
▲ 400만원의 월급을 줘도 아주 유능하게, 헌신적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사람은 많다. 이들이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34억원이다. 국회의원이 국민 보다 잘살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모른다.
-- 의원회관에 있는 시설들은 국회의원들과 가족들이 공짜로 사용하나.
▲ 의원회관에는 헬스장, 병원, 한의원, 약국, 목욕탕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곳이다. 병원에서는 국회의원 가족들도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 공짜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인데, 왜 가족들도 공짜로 이용하는가. 국민은 절대로 이런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 강원도 속초 바닷가에는 국회 고성연수원이 있다. 리조트 성격이 강하다. 국회의원은 실비로 어느 정도 내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공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연수원은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손자녀)뿐 아니라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갖다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죄다 붙여놓은 셈이다. '동네 사람'은 왜 포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 국회의원들은 여행할 때도 혜택이 많은가.
▲ 국회의원들은 KTX, 선박, 항공기 등 공공교통수단을 무료로 사용한다. 국회의원은 연 2회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비용은 국고에서 담당한다. 지난 (2023년) 4월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재정 준칙' 제도를 배운다는 이유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열흘간 다녀오는데 9천만 원을 썼다. 비즈니스 항공료만 5천500만 원이었다. 시찰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스페인에서는 "한국 재정 건전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은데, 우리가 배우고 싶다"는 (비꼬는 듯한) 말을 들었다.

--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은 무엇인가.
▲ 헌법 44조 불체포 특권 조항은 현행범이 아니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체포해야 한다면 국회의원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헌법 45조 면책특권 조항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 이 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것인가.
▲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국회의원들이 할 말은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해서 이런 조항을 뒀다. 군사독재 정부를 비판하고, 부정부패를 고발하라는 취지였다. 민주화 이후 이런 조항은 필요하지 않다.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고 해서 정부가 체포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정부가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줘서 손해를 본다.
-- 이 조항이 악용되고 있다는 것인가.
▲ 국회가 횡령, 뇌물수수, 배임 등 각종 부패범죄를 저지른 의원, 근거 없는 발언으로 심각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저지른 의원들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 일반 국민은 수십만 원을 훔쳐도 구속된다. 왜 국회의원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가. 국회의원들은 죄를 지어도 구속이 안 되니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이 유야무야 된다.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게 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이 무너졌다. 그들은 사회 전체를 타락시킨다.

-- 정치 후원금 제도에 문제가 있나.
▲ 정치후원금은 선거가 없는 해에는 1억5천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두 배인 3억 원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 때에 3억 원을 받고는 이들 선거운동에 사용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왜 후원금을 3억 원씩 받을 수 있도록 하는지 황당할 뿐이다. 선거를 치른 뒤 15% 이상 득표하면 국고에서 선거비용 전액을 되돌려받는다. 환급받으면 그 후원금은 중앙당이나 도당에 제출해야 하는데, 그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돈이 국고에서 나왔으면 국고로 들어가는 게 정상인데, 중앙당이나 도당에 가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 정당 보조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정당들은 정당 자금법에 의해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받는다. 당비를 거두면서 국고로부터 보조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더욱이 이런 보조금은 선거에 쓰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선거비용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돈은 황당하게도 당사의 구입에 들어가기도 한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삶] "스웨덴 국회의원 보좌진 1명도 없고…지방의원은 월급도 없다"(2024년 2월15일 송고)

-- 스웨덴 정치인들은 어떤가.
▲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그 직업을 과시하지 않는다. 봉사와 희생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다. 특권을 만들어 내고, 그걸 누리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에게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법을 만드는 것이다.
-- 스웨덴에도 한국처럼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이 있는가.
▲ 그런 특권 조항은 없다. 의원들이 스캔들에 연루됐거나 기소가 되면 당연히 수사가 진행된다. 이때 국회 윤리위원회가 제적을 결정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불명예이고,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약속을 어긴 것이니 의원직을 그만둔다. 한국 국회의원들처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계속 국회에서 버티는 일은 없다.
--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 몇 년 전 나는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평균 법안 제출률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들은 4년 재임 기간에 1인당 79개 정도의 법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에 평균 18건 정도다. 가장 많이 제출하는 국회의원은 400여개에 이른다. 1주일에 2개씩의 법안을 제출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 나라 국회는 상시 국회다. 항상 국회가 운영된다는 의미다. 이러니 매일 출근해야 하고, 하루 일정이 빡빡하다.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오후 9∼10시에 퇴근한다. 상임위, 본회의, 입법 세미나 참석 등의 일정이 많기 때문이다.
-- 스웨덴 국회의원들도 한국 국회의원처럼 골프나 만찬 회동을 즐기나.
▲ 주중에 골프를 치면서 업무 관련 상의를 하거나 저녁 시간에 술을 마시면서 정치를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매우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국회의원 중 4분의 1은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면서 재선을 포기한다. 스웨덴 국회사무처가 왜 의원들이 정치를 떠나려고 하는지 조사할 정도다. 그만큼 정치는 힘들고, 어렵고, 봉사하는 자리다.
-- 스웨덴 국회의원은 몇 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나.
▲ 정책보좌관도, 비서도 아예 없다.
-- 스웨덴 의원실에는 국회의원 혼자 있나.
▲ 사무실에 전화하면 국회의원이 직접 받는다. 방문하면 본인이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어주고, 커피도 직접 끓여 준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을 한번 만나려면 보좌관에게 연락해서 "의원님이 시간이 있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그럼 3∼4일 후에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고, 아예 안 오는 경우도 많다. 스웨덴에서는 의원과 직접 통화해서 일정을 바로 잡으니 훨씬 효율적 정치가 이뤄진다.

--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나.
▲ 스웨덴에서는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어디에 갈 때 수행하는 비서가 없다. 내가 3년 정도 한국에서 교환교수로 일한 적이 있다. 한양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등 3개 학교에 여름 강좌를 열어 리더십 강의를 했다. 그때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 20∼30명을 데리고 한국 국회에 가서 의원의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이때 의원 보좌진 4∼5명이 무더기로 들어와 앉아 있곤 했다. 학생들이 다녀온 후 수업 시간에 "뒤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누구이며, 왜 의원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궁금하다"라고 한다. 나는 국회의원이 과시하려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공항에서 귀빈실, 귀빈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않은가.
▲ 스웨덴에서 그런 일은 없다. 만약 귀빈실이라고 하는 VIP룸을 이용하고 싶으면 자기 돈을 내면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보통 시민도 돈을 내고 VIP룸을 이용할 수 있다.
--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비행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을 공짜로 이용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 의원지원법에 교통수단에 대한 조항이 있다.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신속성을 충족하라고 한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는 의원들이 많다. 그다음에 10㎞ 이내인 경우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 같은 먼 지역에 출장을 갔다가 갑자기 수도인 스톡홀롬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주문이 있다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때 비즈니스석은 안되고, 이코노미석만 가능하다. 저렴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조항 때문이다. 본인이 굳이 비즈니스석을 타고자 한다면 돈을 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공짜는 없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열어 뇌물성 돈을 받는다고 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도 이런 행사를 개최하나.
▲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내가 보기에는 국회의원 활동 중에 가장 먼저 금지해야 할 것이 출판기념회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경조사를 통해서도 검은돈을 받는다고 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에서는 경조사에서 부조하는 문화가 없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그런 돈을 받지 않는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후보당 2억∼3억원을 받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에서는 중앙의 국회의원이 그런 공천권을 갖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시민들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앙의 의원이 관여할 수 없고, 돈이 오고 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무급 봉사직이다. 그러니 뇌물을 주고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 지방 의원들은 월급을 아예 안 받고 일한다는 것인가.
▲ 고정적인 월급이 없다. 그래서 지방의원은 직업을 별도로 갖고 있다. 낮에는 자기 직장에서 생업을 위해 일을 하고, 밤이나 주말에 회의를 열어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물론 지방의회 관련 회의를 하면 교통비 등을 받지만 정기적인 급여는 없다. 지방의원 중에서도 상근직은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다. 이들은 전체 지방의원의 3% 정도다.
-- 국회의원 세비는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인 400만원, 또는 한국의 중위소득인 500∼600만원 정도로 낮추자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기피 업종이 돼서 너무 힘들면 능력이 있고 봉사하고 싶은 사람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상 정도의 급여는 줘야 한다고 본다. 월 600만∼70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대폭 줄이고, 특권을 모두 없애는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 그들은 스스로 그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미 탈법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스스로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국회 정개특위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이들은 개혁안을 계속 붙잡고 있다가 최악 또는 차악을 선택할 것이다. 선거구를 정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에게 맡기면 안 된다.
-- 누가 정치 개혁을 해야 하나,
▲ 국민협의회 같은 조직이 상설화돼야 한다, 정치인, 시민, 판검사,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그들이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을 국회의원들이 흥정거리로 삼지 않고 바로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삶] '인간시장' 김홍신 "국회의원 연봉, 공무원 과장급 정도면 충분"(2024년 7월1일 송고)
-- 국회의원 세비가 연간 1억5천700만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국회는 국민대표자 회의를 줄인 말이다. 국민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니라 봉사직이다. 세비란 말도 국회의원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은 권위와 명예를 가지면 된다. 그러니 특권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 세비도 대폭 줄여야 한다. 공직자의 평균 연봉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 공직자 평균 급여는 중앙부처 과장급 월급을 말하나.
▲ 국회의원 연봉은 중앙부처 과장급 연봉보다 많으면 안 된다. 그 이하가 돼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의 명예와 권위는 돈으로 치면 몇억원도 넘는다.
-- 국회의원 특권 폐지운동본부를 이끌었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국회의원 월급으로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인 월 4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 내 말이 그 이야기다. 나도 4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면책 특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100%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런 특권은 왕조 권력 같은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론 활동과 국민 정보가 활성화됐다. 기록의 보전과 정보화도 잘 돼 있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야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차린다. 면책 특권도 없애야 한다. 다만 국정감사 때 정부의 비리를 잡아내거나 예산결산 때의 단상 공개 발언 등 일부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 의원들은 왜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 이발소, 사우나, 헬스장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나. 국회의원 가족들도 의원 회관 내 병원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게 모두 국민 세금이다. 나는 그런 걸 없애려고 의원 시절에 많은 노력을 했다. 나는 한 번도 국회 사우나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국민이 국회의원의 이런 특권들을 빼앗아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지금부터 특권을 누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 세비 1억5천700만원이나 받으면서 그런 걸 공짜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
-- 급여를 적게 주면 유능한 사람이 국회의원을 안 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오히려 질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온다. 돈과 특권을 내려놓고 명예와 권위만으로 일하겠다고 하면 그 사람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전문가, 능력을 인정받은 대학교수, 중소기업에서 실력을 쌓은 사람, 전투기 분야 생산에서 기술력을 가진 사람 등 여러 분야에서 놀랍도록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도 자기들 특권 문제에 침묵을 지키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 국회의원이 되면 누리는 게 아주 많다. 그러니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동료 의원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세비도 조정하고, 중대선거구로 할지 여부 등 정치개혁 문제도 이곳에서 다루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당은 그 위원회에 사람을 파견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특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게 안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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