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학계 "가정 중심 보호로 가야" vs 정부 "가정보호로 가는 시간 단축"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도입하는 아동초기보호센터를 두고 아동복지학계에서 "탈시설이라는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8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보호대상 아동 초기보호체계 구축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 체계의 핵심은 '아동초기보호센터' 지정이다. 학대나 부모의 사망 등으로 보호 대상 아동이 발생했을 시 지자체 사례결정위원회의 최종 보호 결정 전에 센터가 아동을 임시 보호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보호 대상 아동은 위원회가 중장기 보호조치 유형을 결정할 때까지 지자체의 일시보호시설이나 일시위탁가정, 그룹홈, 학대아동 쉼터 등에서 머물게 된다.
이 단계 역할을 수행할 일시보호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지역 간 보호 인프라 차이가 커 취약지의 아동은 길게는 수년까지의 일시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학대 피해 등으로 지적장애나 경계선 지능,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특수욕구 아동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조기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광역 단위로 허브 역할을 하는 센터를 지정해 지역 간 보호 자원을 연계·활용하고 발달검사와 심리치료 등을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동복지학계에서는 이 같은 계획이 '탈시설'과 '가정형 보호'라는 아동보호체계 지향점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제는 예전처럼 아이를 많이 수용하는 대규모 시설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형 보호로 전환한다는 게 아동보호 정책의 로드맵인데 해당 사업은 시설을 줄여나가기는커녕 새로운 센터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아동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적 생각"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특수욕구 아동 치료도 좋지만, 치료 외 일상적 양육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며 "남들과 달리 대규모 집단 보호시설에서 지내며 행정에 치이는 교대근무자들에게 보호받는다면 기본적인 양육 요건 충족이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희진 성공회대 연구위원(변호사)은 "가정 보호를 원칙으로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자원(시설·인력 등)의 상태를 보고 그 한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찾겠다는 취지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호는 자원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별도로 센터를 만들어서 시설·자원 중심의 이해관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일시보호 체계를 가정형 보호 중심으로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등 외국은 일시보호 기간 한계를 정하고 있다"며 "일시보호가 기능할 수 있도록 행정·법 체계를 바꿔야지, 민간 시설 중심 체계를 유지·강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의 목적은 시설에 있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지 시설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영진 복지부 아동보호자립과장은 "서울이야 행정력·(보호)자원이 부족하지 않지만, 어려운 지자체에서는 일시보호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그런 자원을 광역 단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고 국가·광역 단위가 조기에 나서면 원가정 중심 최종 보호 결정까지의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수욕구 아동 치료는 추가적인 것으로서 지역 격차와 상관없이 필요한 아동이 제때 제공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목표"라며 "탈시설이라는 전환은 계속 내세우고 있으며 정책 수립에는 시설 출신 당사자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아동복지학회는 오는 23일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의 주제를 아동초기보호센터 도입으로 정하고 기조강연과 주제발표, 토론을 한다. 복지부 측도 주제발표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시범사업 공모를 마감했고 접수한 2곳의 광역지자체 중 1곳을 이달 중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오는 7월부터는 2년간의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사업비 1억3천700만원을 투입해 하반기 중 아동초기보호센터를 열고 지자체에도 사업비 6억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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