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특집] "심야에 샤워실로 아이 불러내 씻겨주겠다면서 성폭력"
연합뉴스
입력 2025-05-05 06:01:11 수정 2025-05-05 09:26:50
"보육시설, 해외입양 가정 등에서 초등학생들도 성폭행 당했다"
"피해자 전수 조사와 관련자 처벌 필요하다"…[삶] 인터뷰이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나는 부모다 협회' 김수빈 회장[진성철 기자 촬영]

[※ 편집자 주= 이번 특집 기사는 어린이날을 맞아 기획됐습니다. 2022년 9월부터 진행된 [삶] 인터뷰 내용 가운데 아동학대로는 가장 심각한 형태인 성폭력을 주로 담았습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등 3인왼쪽부터 이승훈 몽테뉴해외입양연대 사무국장, 배진시 같은 단체 대표,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 [진성철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어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버려졌고, 어떤 아이들은 강제 분리됐다. 이 아이들은 보육시설 등에 가서, 해외로 입양 가서 성폭행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 아이들의 고통에는 국가적 책임이 적지 않다. 국회와 당국이 이런 일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관리와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검경은 늦었지만 전수 조사, 범죄 수사와 함께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위의 내용은 [삶] 인터뷰에서 고아 당사자 단체의 대표와 고아 출신 남녀, 해외입양 단체 대표 등이 밝힌 내용이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되거나 버려지면 극심한 공포를 겪는다. 그렇지만 계속 울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불신을 내면화한다.

이 아이들은 보육 시설로 가거나 국내외 입양을 가게 되는데, 여기서 또다시 고통을 겪는다. 언어적 폭력, 정서적 폭력, 신체적 폭력을 겪고,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가 보육시설에서 하루 4차례 성폭행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삶은 성인이 된 후에도 쉽지 않다. 취업에서 차별받고, 결혼 상대로서 기피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경험한 고통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돼서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힘이 없다고 해서,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성폭행하고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한 사람의 죄는 아주 무겁다.

그러나 보육시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지자체, 복지당국 등은 이런 성폭력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 그럴리가 없다고 한다. 인터뷰이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사법당국은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을 해야 하고, 범죄가 확인되면 수사와 함께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인터뷰이들은 말한다.

아래 내용은 2022년 9월부터 시작된 [삶] 인터뷰 가운데 보육시설, 해외 입양가정 등에서 진행된 성폭력 내용을 주로 발췌해 묶은 것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수빈 나부협 회장[진성철 기자 촬영]

◇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이승훈 같은 단체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연구소 소장

[삶] "서양 양아빠, 한국자매 6년간 성폭행…일부러 뚱뚱해진 소녀"(2025년 3월30일 송고)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연합뉴스 촬영]

-- 입양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나.

▲ (배 대표) 생각보다 많다. 내가 아는 입양 여성들은 10명 중 4명꼴 정도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물론 정확한 통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수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폭행당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참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항의했다가 쫓겨나면 자기 인생이 망가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이 사무국장) 실제로 양부모가 소아성애자인 경우도 있었다. 성적(性的) 목적으로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한 사례다.

-- 양부모 성폭력의 구체적 사례가 있나.

▲ (배 대표) 1980년대 후반에 유럽의 한 나라로 입양 간 B라는 여성이 있다. 여동생 2명과 12살 때 중산층 가정으로 갔다. 세자매가 한 집으로 간 것이다. 양아빠는 전문직 종사자였고, 집도 아주 컸다. 그런데 B가 13세가 됐을 때 양아빠가 성폭력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예쁜 딸이라고 안아주면서 가슴 등을 만지는 추행을 했다. 머지않아 성폭행으로 이어졌다. 세자매가 각각 자신의 방을 갖고 있었는데, 양아빠는 B의 방에 들어와 굿나잇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가지 않고 성폭행했다.

-- B는 항의하지 않았나.

▲ (배 대표)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양아빠는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너를 교육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갈 데가 없는 B로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성인이 되기까지 6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 B의 동생들도 성폭력을 당했나.

▲ (배 대표) 바로 아래 여동생인 둘째 아이가 13세 정도에 이르자 양아빠는 또 그런 짓을 했다. 이 동생은 "내가 못생겨지면 아빠가 나를 덜 건드릴 것"이라면서 매일 초콜릿 크림을 1∼2통씩 먹었다. 둘째 아이는 실제로 뚱뚱해졌다. 막내 아이는 성폭행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 당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권 소장) 입양인들에 대한 사후 서비스를 위한 매뉴얼, 제도, 예산이 거의 없다. 어린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입양특례법 1조는 양자(養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니 끝까지 입양된 아동의 권익 보호 입장에서 사후 조처를 해줘야 한다.

조윤환 고아권익대표가 아동시절 지냈던 보육원과(왼쪽) 원장 사택(오른쪽)[조윤환 대표 제공]

◇ 김수빈 나는부모다협회(나부협) 대표

[삶] "중학생 아이, 아동보호시설 사무실서 온몸 성추행 당했어요"(2025년 2월27일 송고)

성폭행 현장을 점검하는 경찰들,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음.[연합뉴스 사진]

-- 아이가 보육시설 등에 가서 성폭력 당하는 일이 있나.

▲ 한 엄마는 초등학교 저학년 딸과 강제 분리됐다. 어느 날 그 아이는 시설의 오빠한테 성추행당했다. 시설 측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자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아이를 시설로 다시 보내라는 것이었다. 사건이 잠잠해지자 시설 측은 다시 아이를 불러들인 것이다. 아이가 돈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 다른 성폭력 사례도 있나.

▲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이 아이는 남자 보육 교사가 밤 10시쯤에 자신을 사무실로 불렀다고 한다. 그곳에는 보육교사만 있었는데, 그는 옷을 모두 벗기고는 살이 텄다면서 자기 손으로 온몸에 로션을 발라줬다고 한다. 이건 명백한 성추행이다.

-- 이 아이만 이런 일을 당했나.

▲ 이 아이는 다른 아이로부터 "보육교사가 샤워실에서 씻겨주겠다면서 중요 부위를 심하게 만진다"는 말을 들었다. 그 다른 아이는 거부를 못 하고 계속 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설에서 아이들은 이런 일을 당해도 "하지 마세요", "싫어요"라는 말을 잘 못한다.

-- 부모와 분리된 아이가 성인 여성과 동거했다는 이야기는 뭔가.

▲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한 상담치료사가 중학교 1학년생 아이에게 30대 여성 과외교사와의 동거를 허락한 사건이다. 이 아보전 직원은 "너의 엄마는 악랄하고, 집요한 사람으로 네가 집에 없어서 통쾌해한다. 엄마와 연락하지 마라. 과외 선생님과의 동거를 들키지 말라"고 했다. 이 과외교사는 성 착취 영상도 찍었다고 한다.

-- 복지 당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아동 분리 시스템은 1명의 아동학대자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1천명의 아이에게 고통을 준다. 분리 과정에서 아이들이 울고, 시설에 가서 신체적 학대를 당한다. 시간이 흐르면 엄마를 못 알아보게 되고, 인생을 잃어버린다. 그 부모도 피눈물을 흘린다. 이런 고통이 시설 등의 이익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리고 불법이 개입된 것이라면 당연히 당국은 사태를 파악하고 조처해야 한다.

보육시설내 성폭력 항의 시위[고아권익연대 제공]

◇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삶] "내가 자랐던 보육원에서 성폭행은 문화였다"(2024년 1월6일 송고)


-- 보육원에서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많이 일어났는가.

▲ 내가 자랐던 보육원에는 공동으로 목욕하는 장소가 있었다. 사춘기를 포함한 여자아이들이 집단으로 목욕할 때 보육원장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깨끗이 씻으라고 하기도 했다. 보육원장이나 총무가 여자아이의 엉덩이를 툭 치거나 몸매가 좋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육원장이 여자아이들의 침대에 누워서 "아이구 우리 딸" 하면서 끌어안기도 했다.

-- 보육원에서 성폭행도 많이 일어나는가.

▲ 내가 자랐던 보육원에서는 성폭행이 많았다. 지금 내가 말하는 성폭행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아닌 강간을 의미한다.

―- 누가 성폭행했다는 것인가.

▲ 보육원 선배들이 성폭행을 많이 했다. 보육원장, 총무원장, 보육교사가 성폭행하는 일도 있었고, 후원자나 자원봉사자들이 그런 짓을 하기도 했다. 성폭행을 가장 많이 했던 사람은 같이 살았던 보육원 선배들이다.

-- 보육원 선배들 모두가 성폭행했다는 것인가.

▲ 그렇지 않다. 선배 중 10∼20%가량이 그런 짓을 했다. 이들은 보육원 내 다른 선배들이 성폭행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성폭행을 독점한 셈이다.

-- 주로 고등학생이 성폭행했나.

▲ 중학생도 그런 짓을 했다. 다만,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의 눈치를 봤다.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 초등학생이 성폭행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내가 자랐던 보육원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자기보다 더 어린아이를 성폭행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게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 다른 보육원에서도 성폭행이 많이 일어났나.

▲ 보육원에 따라 차이가 있었겠지만 거의 모든 보육원에서 성폭행이 만연돼 있었다고 본다. 내가 있었던 보육원이 성폭행이 많았던 곳이기는 하다.


◇ 보육원출신 30대 중반 여성

[삶] "난 초등3학년 때부터 성폭행 당했다…하루 4차례 당하기도"(2024년 1월17일 송고)


-- 보육원에서 성폭력이 있었나.

▲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폭행당했다. 나를 처음으로 성폭행한 사람은 보육원에서 같이 살았던 고등학생 오빠였다.

-- 그 오빠가 자기 방으로 오라고 해서 성폭행을 했나

▲ 강당 보일러실 어두운 곳으로 오라고 해서 성폭행을 했다.

-- 동일한 사람이 그렇게 성폭행했다는 것인가.

▲ 같은 사람이 그런 짓을 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그러기도 했다. 그들은 성폭행할 때 돈을 주겠다면서 달래기도 했고, 내가 거부하면 돌멩이를 던지겠다면서 겁 주기도 했다.

-- 성폭행이 자주 있었나.

▲ 거의 매일 일어나다시피 했다. 나는 하루에 새벽, 아침, 오후, 저녁 등 4차례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오빠들이 돌아가면서 그런 짓을 했다. 선생님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성폭행했다. 원장님은 보육원 바로 옆 사택에서 살았지만,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 보육원장이나 총무 등은 성폭행하지 않았나.

▲ 당시 원장님, 총무님, 보육 선생님들은 모두 여자였기에 그런 일은 없었다. -- 원장이나 총무 등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나.

▲ 한 번도 알리지 못했다. 알리면 보육 선생님한테 혼나고,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맞을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 성폭행 사실을 알렸다고 맞는단 말인가.

▲ 보육원에서는 피해를 본 것도 잘못이라고 때렸다. 한 여자아이가 성폭행당했다는 이유로 보육원 내 여자아이들이 단체로 맞은 적이 있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내가 외부에 신고했다면 보육원에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언론을 통해 보도될 것이고, 결국 보육원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런 걱정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

-- 보육원 내에서 본인만 성폭행당한 것인가.

▲ 내 또래 여자아이들과 후배들도 당했다.

-- 그 정도이면 보육원장 등이 알았을 텐데.

▲ 그들은 모른 척한 것이다. 원장님과 총무님은 그 이후에 아동학대로 감옥에 갔다.

-- 지금이라도 경찰에 고발할 생각이 없나.

▲ 이미 지나갔고, 신고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 본인이 있었던 곳이 유독 성폭행이 심한 것 같은데.

▲ 다른 고아 출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보육원에서도 성폭행이 많이 일어난 것 같다.


-- 보육원에 성폭행이 많은 이유는.

▲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선생님이 부족해서 그런 측면도 있다.

-- 한국의 보육원 전체로 보면 지금은 이전보다 성폭력이 줄어들었다고 봐야 하나.

▲ 내가 있었던 보육원의 경우 성폭력이 줄었다고 본다. 원장님과 총무님이 아동 학대로 감옥에 간 이후 층마다 선생님들이 배치됐고, CCTV도 설치됐기 때문이다. -- 후원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1년간 한 후원자가 나에게 여러 차례 그런 짓을 했다. 그는 70대였고, 교수라고 했다.

-- 처음에 그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 그는 아이 중 한 명을 후원하겠다면서 우리 보육원에 찾아왔다. 두 명의 후보 중 내가 선택됐는데. 부모가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다른 한 명은 보육원에 살았지만, 부모가 있었다. 그 노교수는 나를 본 첫날에 10만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 그는 어디에서 성추행했나.

▲ 그는 바닷가에 가자고 하면서 승용차에 타라고 했다. 그는 운전 중에 "가슴이 작네"라고 하면서 나의 가슴을 만졌다. 당황스러웠다. 바닷가에서 밥을 먹고 난 뒤에 그는 나에게 승용차 뒷좌석에 타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키스하고 성추행했다. 허리가 아프니 파스를 붙여달라면서 바지를 벗기도 했다. 그는 성추행은 했지만 성폭행하지는 않았다. 한번은 시청역으로 나오라고 해서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자기를 안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 보육원에서 괴로울 때는 주로 언제였나.

▲ 매일 이유 없이 구타당할 때, 성폭행당했을 때, 보육원에서 나가고 싶을 때 괴로웠다. 슬플 때는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 몸이 아플 때, 혼자라고 느낄 때였다. 외로울 때는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사랑받지 못할 때였다.

-- 보육원 외에 학교에서도 고통을 당했나.

▲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로 왕따당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날에 보육원 선생님이 김밥을 싸주셨지만 먹지 못했다. 아이들이 모래를 넣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에는 빵 셔틀을 하기도 했다. 내 돈으로 먹을 것을 사 오라고 시키는 아이도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발표를 안 시켜줬고, 교실에서 물건이라도 없어지면 먼저 나를 의심했다.

--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기뻐할 때는 언제인가.

▲ 후원자가 아이를 자기 집에 데려가는 경우가 있다. 아이는 그 집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놀고, 잠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다음 날 보육원에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 정부나 정치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 보육원 내 성폭력이 없어져야 한다. 강력한 법 같은 것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 고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나처럼 안됐으면 좋겠다. 잘 성장해서 성공하기를 바란다.


◇ 보육원출신 20대 초중반 남성

[삶] "우리 보육원의 남자아이들 40% 가량이 성폭행 당했다"(2024년 1월23일 송고)

-- 보육원에 성폭행이 많았나.

▲ 내가 있었던 보육원에서 남자아이의 40%가량은 성폭행당했다. 주로 남자 선배들이 가해자다. 동년배 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폭행은 강간을 뜻한다. 처음에는 성추행으로 시작됐다가 이것이 상습으로 바뀌고 그다음에는 성폭행이 된다. 내 보육원 친구는 또 다른 친구한테 성폭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들겨 맞으면서 성폭행당했는데, 너무 치욕적인 상황이어서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성폭행 가해자는 주로 어떤 아이들인가.

▲ 보육원에는 서열이 있다. 그것은 주먹과 힘으로 결정된다. 주로 약한 아이들이 높은 서열의 선배들로부터 성폭행당한다. 그 선배가 동성애자는 아니다. 성적 욕망에 따라 그런 짓을 한다고 본다. 성폭행당한 후배는 자기의 후배한테 같은 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

-- 보육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성폭행하는 일은 없나.

▲ 여자 보육교사가 특정 남자아이를 편애하는 경우가 있다. 그 아이의 몸을 터치하기도 한다. 한번은 여자 보육 선생님이 중학교 저학년의 남자아이를 그루밍 방식으로 성폭행한 일이 있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인데, 선생님이 잘해주니 아이가 따르게 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보육원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결핍이 많다 보니 그런 그루밍에 쉽게 넘어간다. 여자 보육 선생님에 의한 그루밍 성폭력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을 것이다.

-- 성추행도 많은가.

▲ 성추행은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다.

-- 피해를 본 아이들이 보육원장에게 신고하지 않나.

▲ 신고해도 조사할 주체가 없다. 보육원장이 그걸 해야 하는데, 조사하지 않는다. 보육원 차원에서 그냥 덮는 사례가 많다. 그런 사안들이 공개되면 보육원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육원에는 성폭력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없다. 피해를 본 당사자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기피한다. 보육원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 가해자에 대한 내부 처벌은 없나.

▲ 보육시설은 성폭력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니 내부에서 쉬쉬하게 되고, 성폭력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일도 많다.

-- 보육원 시스템에는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나.

▲ 아이들이 아닌 시설 종사자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출산제 역시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육시설을 위한 제도다. 보육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가 고아를 만드는 셈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아이 유기를 막아야 한다. 가능하면 아이를 버리지 않도록 원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고아가 발생해도 보육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입양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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