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봄 알리는 털진달래 진달래밭·선작지왓에 활짝
한라산 산악사고 해마다 700명 안팎 "무리한 산행 금물"
한라산 산악사고 해마다 700명 안팎 "무리한 산행 금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가정의달 5월이 되며 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지만, 한라산의 봄은 천천히 느리게 온다.
해발 1천950m 남한 최고봉 한라산 정상엔 간혹 봄이 되도록 흰 눈이 덮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옛날엔 초여름인 음력 5월까지도 한라산에 잔설이 남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노란 유채꽃과 분홍빛 벚꽃, 초록초록 푸르게 돋아나는 청보리 너머로 보이는 설국의 한라산으로 인해 제주의 뛰어난 경관 10가지를 일컫는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녹담만설'(鹿潭晩雪)을 꼽기도 한다.
여기서 '만설'은 눈이 가득 쌓인 모습을 뜻하는 만설(滿雪)이 아닌 때늦은 눈을 뜻하는 만설(晩雪)이다.
한라산의 봄은 언제 오는 걸까.

◇ 한라산에 봄 알리는 털진달래·산철쭉
한라산 고지대에 비로소 봄을 알리는 건 '털진달래'다.
4월 중하순이면 해발 1천400m 이상 고지대에서 분홍빛 꽃잎을 하나둘 터뜨리기 시작해 5월이면 만개한다.
2일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해발 1천500m 높이의 진달래밭 대피소와 해발 1천500∼1천600m 선작지왓 일대에 털진달래가 만개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털진달래가 현재 드문드문 피어있는 게 아닌 완연하게 활짝 피어 만개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선작지왓은 '작은 돌(작지)들이 서 있는 들판(왓)'이란 뜻으로, 영실기암 상부와 윗세오름 사이 47.7㏊에 달하는 평원지대다.
털진달래가 절정을 이루는 5월이 되면 이에 질세라 산철쭉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산철쭉이 만개하는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한라산은 이들 봄꽃의 향연으로 분홍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만세동산, 윗세오름, 장구목, 방아오름, 선작지왓 등 산 곳곳에 활짝 핀 산철쭉은 한라산의 다양한 지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한라산 최대 군락지로 손꼽히는 선작지왓과 윗세오름 서북쪽의 만세동산 일대 산철쭉은 강풍과 한파에 적응하느라 수형이 거북 모양으로 납작 엎드린 고산지역의 앙증맞은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는다.

털진달래와 산철쭉은 한라산의 대표 봄꽃이다.
하지만 털진달래와 산철쭉은 비전문가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해 혼동을 일으키곤 한다.
개화 시기로 구별하자면 털진달래는 4월 중하순 개화하기 시작해 5월에 절정을 이루며, 산철쭉은 5월 초중순 개화해 6월 중순까지 핀다.
모양으로 구별한다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게 털진달래이고 잎과 꽃이 함께 있는 게 산철쭉이다.
또 꽃봉오리 아래쪽을 만졌을 때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지면 털진달래다.

◇ 한라산 산악사고 해마다 700명 안팎 '주의'
털진달래가 만개하는 5월이 되면 많은 등반객이 한라산을 찾으면서 산악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5월 한라산 관음사 코스 5-29지점을 등반 중이던 60대 관광객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소방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한라산에는 한해 100만명가량 등반객이 찾으며 해마다 700명 안팎의 산악사고가 발생한다.
2일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한라산 탐방객 응급환자는 72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 탐방객 응급환자를 유형별로 보면 탈진 111명, 골절 6명, 사망 4명, 조난 2명, 기타 599명 등이다.
응급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탐방코스는 성판악 코스로 356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해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특히 성판악 코스 중에서도 해발 1500m 높이의 진달래밭 대피소(161명) 부근에 집중됐다.
이어 관음사 316명(43.8%), 어리목 39명(5.4%), 영실 9명(1.2%), 어승생악 2명(0.3%), 돈내코 0명 등이다.
사망자가 발생한 코스 역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성판악과 관음사에서 각각 2명씩 발생했다.
탈진도 관음사와 성판악에서 각각 83명(74.8%), 22명(19.8%)이 발생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응급환자 발생 연령은 20·30·50대가 가장 많았고, 하산 시간인 오후 2∼6시에 집중됐다.
연령별로 보면 10대 미만 9명(1.2%), 10대 71명(9.8%), 20대 152명(21.1%), 30대 156명(21.6%), 40대 76명(10.5%), 50대 129명(17.9%), 60대 101명(14.0%), 70대 22명(3.0%), 80대 6명(0.8%) 등이다.
한라산 탐방객 사고는 탐방객 수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
한라산 응급환자는 2012년까지 73명(사망 2명)으로 연간 두 자릿수에 그쳤지만 2013년 168명(〃 4명), 2013년 774명(〃 4명), 2014년 645명(〃 4명)으로 급증세를 보였고 연간 700명 안팎의 사망·부상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는 한라산 등반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한라산 안전사고는 자신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산행하거나 제대로 된 탐방 복장을 착용하지 않고 등산하는 등 지병·저체온증, 음주 후 산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한라산에서는 날씨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여벌 옷과 비상식량, 생수 등을 챙겨가야 하며, 노약자는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등산을 멈추고 하산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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