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바이에른 뮌헨 재계약도 불투명하고, 중동이나 갈 것 같았던 김민재 동료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프랑스 명문 AS모나코와 장기계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프랑스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올랭피크 리옹에 이은 3번째 명문 구단에서 새출발하게 됐다.
다이어가 뮌헨에서의 1년 6개월 생활을 마감하고 프랑스로 옮기기 직전이다.
일단 뮌헨 구단은 그의 퇴단을 공식 발표했다.
뮌헨은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계약이 끝나는 이번 시즌 말에 떠날 것"이라며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은 RB 라이프치히 원정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를 밝혔다"고 했다.
뮌헨은 3일 오후 10시30분 라이프치히와 2024-2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2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승점 75로 2위 바이엘 레버쿠젠(승점 67)에 8점 앞서 있는 뮌헨은 비기기만 해도 남은 33~34라운드 경기에 관계 없이 분데스리가 우승을 사실상 확정짓는다.

뮌헨의 득실차가 +61, 레버쿠젠의 득실차가 +31이어서 승점이 같을 경우 뮌헨이 레버쿠젠에 뒤집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라이프치히 원정이 분데스리가 대관식을 위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큰데 경기 하루 전 다이어가 이별을 알린 것이다.
프로인트 단장은 "에릭과 우린 계약 연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는 우리에게 '여기서 더 이상 남지 않고 떠날 것이다'는 말을 했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의 첫 번째 타이틀을 우리와 함께 이루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이어는 뮌헨에 오기 전 토트넘에서 뛰었기 때문에 우승 트로피가 '당연히'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 뮌헨에서 1년 6개월간 45경기를 뛰는 대성공 거둔 것은 물론 우승컵까지 생애 처음으로 들어올리는 경사를 맞게 됐다.
주전으로 뛰기도 했으나 뮌헨에선 로테이션 혹은 백업에 불과했던 다이어의 퇴단을 두고 아쉬워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리버풀에서 뛰었던 독일 레전드 디트마르 하만도 다이어를 붙잡았어야 한다고 했다.

하만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다이어가 올여름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다.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나는 그와의 계약 연장이 단순하게 형식적인 절차라고 생각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모나코가 다이어에게 제안한 것과 같은 2+1년 계약을 제시할 의향이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뮌헨은 처음엔 다이어에 1년 계약 연장을 제시했다가 그가 움직이질 않자 부랴부랴 2년으로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모나코가 다이어에게 이미 3+1년이라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내민 뒤 승낙을 받아낸 시점이었다.
다이어는 올 여름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보스만 룰' 적용을 받는다. 계약 기간 말까지 모든 구단과 협상한 뒤 올 여름 이적료 없는 이적으로 다른 구단에 갈 수 있다.
하만은 "바이에른 뮌헨은 조금 더 창의적일 필요가 있었다. 다이어는 후반기에 꼭 필요한 선수였고, 경기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난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 수비수들에게 최고였고,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해결하는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선수"라며 다이어를 칭찬했다.
하만은 계속해서 "클럽 월드컵을 생각하면 이번 일은 정말 큰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건전화 과제를 받아든 뮌헨은 클럽월드컵 우승으로 1000억원 이상의 상금을 받아 선수단 보강에 힘쓸 생각이었다. 중요한 백업 수비수가 떨어져 나가면서 클럽월드컵 준비에 차질을 빚게 됐다.

다이어가 뮌헨에서 보낸 1년 6개월은 그야말로 대반전이었다.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그는 2023-2024시즌 앞두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에 오면서 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수비수들 줄부상으로 다이어를 마지 못해 몇 경기 썼으나 이내 그를 외면하고 측면 수비수를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결국 김민재의 아시안컵 참가로 인한 공백을 메우러 지난해 1월 6개월 임대 신분으로 뮌헨에 왔는데 축구 실력은 물론 동료들과의 화합도 좋아 뮌헨에서 금세 사랑받는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다이어는 입단 직후엔 김민재를 밀어내고 뮌헨 주전 수비수를 꿰차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4-2025시즌엔 벨기에 국적의 월드클래스 수비수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이 오면서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등 두 센터백에 철저히 밀렸으나 시즌 후반기 우파메카노가 부상으로 3개월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최근엔 김민재와 함께 센터백 콤비로 뛰고 있다.
다이어는 수비형 미드필더도 볼 수 있어 뮌헨 입장에서도 요긴한 수비 자원 하나는 잃는 셈이 됐다.
다이어가 이적료 없이 뮌헨에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뮌헨에서 1년 6개월간 총 45경기에 나섰으며 이번 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각각 한 골을 넣기도 했다.
다이어는 뮌헨이 재계약을 유력하게 고려하던 수비수였다. 무엇보다 "벤치에 앉아도 행복하다"는 그의 마인드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뮌헨에서 더욱 빛났다.
뮌헨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의 친한 친구여서 뮌헨이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도 있었으나 방심했다.
사진=바이에른 뮌헨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