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저스킥도 일본 축구의 의지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동아시아 축구의 저력을 일본 J리그가 살렸다. 전 한국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이 소속된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준결승에서 호날두와 사디오 마네, 혼 두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여럿 포함된 사우디아라비아 부자구단 알나스르를 적지에서 격침시켰다.
가와사키는 결승에서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인 알아흘리와 격돌하게 된다.
하세베 시게토시 감독이 이끄는 가와사키는 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ACLE 준결승 단판 승부에서 전반에 두 골, 후반에 한 골을 몰아쳐 마네가 동점포를 넣고 힘을 낸 알나스르를 3-1로 완파했다.
이로써, 가와사키는 8강에서 알사드(카타르), 4강에서 알나스르 등 '오일머니'로 무장한 서아시아 구단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은 오는 4일 오전 1시30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선수들의 명성만 놓고 보면 8강에서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4-1로 대파한 알나스르가 훨씬 우위에 섰으나 가와사키의 조직력이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날 홈팀 알나스르는 골키퍼 벤투를 비롯해 술탄 알 간남, 모하메드 시마칸, 호날두, 두란, 마네, 마르셀로 브르조비치, 나와프 부 와슬, 알리 알 하산, 오타비우, 알리 라야미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호날두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문지기 벤투는 현역 브라질 대표팀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두란은 지난 1월까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에서 뛰며 특급 조커로 이름을 날렸다. 마네는 2022년 발롱도르 투표에서 카림 벤제마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브르조비치는 이탈리아 인터 밀란에서 뛰었던 테크니션이다. 오타비우도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22경기에 나섰던 미드필더다.
가와사키는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 선발로 투입했다.
루이스 야마구치 골키퍼를 비롯해 다카이 고타, 다치바나다 겐토, 미우라 소타, 오제키 유토, 마르시뉴, 사이 판 베르메스케르켄, 간다 소마, 마루야마 가자토, 이토 다쓰야, 야마모토 유키가 선발로 나섰다. 이 중 마르시뉴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 국적이다.
전반 33초 만에 두란에 날카로운 슈팅을 내줘 움찔했던 가와사키는 전반 6분 마르시뉴가 역시 좋은 슈팅을 시도하며 맞불을 놨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화려한 알나스르가 전체적일 주도권을 쥐어나갔으나 가와사키도 조직력으로 강하게 저항했다.
전반 10분 만에 가와사키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왼쪽 측면에서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마르시뇨가 올린 크로스가 상대 선수 몸 맞고 흘러나오자 아크 오른쪽에 있던 이토가 묵직하면서도 정확한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 상대 골키퍼 벤투를 꼼짝 못하게 하는 그림 같은 골로 연결됐다.

실점 순간 호날두는 왼팔을 치켜들면서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알나스르도 전반 중반에 동점포를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28분 알나스르 공격 때 마네가 골문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는데 마루야마의 몸을 맞으면서 볼이 굴절됐고, 야마구치가 점프한 위치와 정반대로 흘렀다.
이후 알나스르는 전반 33분 스로인 공격 때 볼이 뜨자 40세 호날두가 몸을 날려 시저스 킥을 했으나 볼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말았다. 호날두는 헤더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전반전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알나스르의 공세를 차단한 가와사키는 전반 41분 2-1로 다시 달아나는 골을 뽑아냈다.
선제골 주인공 이토가 알나스르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은 뒤 수비라인을 뚫고 들어가 왼발 슛을 했으나 이를 벤투가 쳐냈고, 볼이 오제키 앞에 떨어졌다. 오제키가 왼발로 밀어넣어 골망을 출렁였다.

후반 들어 알나스르의 공격에 여러 차례 힘든 상황을 맞았던 가와사키는 후반 31분 쐐기골을 뽑아내며 웃었다.
이날 알나스르 수비수들을 농락한 마르시뉴가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30여m를 드리블한 뒤 컷백 패스를 내줬다. 지난 2012년 울산에서 뛰었던 38세 베테랑 공격수 이에나가 아키히로가 왼발로 밀어넣었다. 이 골은 결승포가 됐다.
알나스르는 후반 32분 교체로 들어간 아이만 야흐야가 10분 뒤인 후반 42분 오른발 강슛을 꽂아넣어 다시 한 골 차로 추격했으나 동점까지 만들진 못했다.
호날두는 추가시간인 후반 51분 노마크 찬스를 잡았으나 중심을 잃으면서 제대로 슈팅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가와사키는 이번 대회 리그 스테이지 2차전에서 광주FC와 붙어 홈에서 0-1로 졌던 팀이다. 하지만 이후 팀워크를 살리고 노력한 끝에 결승까지 내달렸다.
한편, 가와사키 한국인 골키퍼 정성룡은 이날 대기 명단에 들었으나 결장했다.
사진=중계화면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