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 새 교황 선출 알리는 콘클라베 '흰 연기'…연기색은 어떻게 내나
연합뉴스
입력 2025-04-23 11:59:06 수정 2025-04-23 17:18:27
투표용지 태우고 연기색 위해 화학물질 사용…두 개의 난로, 하나의 굴뚝
비밀 엄수 철칙…투표장소 도청 여부 수색에 추기경들 서약도
하루에 두 차례 연기로 투표결과 알려…3분의2 이상 득표시 교황 선출


2013년 콘클라베 당시 굴뚝서 하얀 연기 피어오르던 모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검은색 코트 차림의 서류 가방을 든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 분)이 한밤중 교황청으로 향한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숨진 교황이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다.

평소 아버지처럼 따랐던 교황의 선종. 로렌스 추기경은 애도할 틈도 없이 콘클라베 단장을 맡아 차기 교황 선거 준비에 착수한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콘클라베'(2024년)의 한 장면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콘클라베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처럼 교황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정하기 위한 콘클라베에 조만간 돌입할 예정이다.

콘클라베 진행되는 시스티나 성당[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열쇠로 문을 잠근 방…"엑스트라 옴네스"

콘클라베는 라틴어의 cum(함께),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한 말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한다.

이런 명칭에 걸맞게 콘클라베는 비밀 엄수를 철칙으로 삼는다.

뉴욕타임스(NYT), BBC 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교황 선종 이후 통상 15~20일 후 열리는 콘클라베에는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참석한다.

선거권은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사도좌'(使徒座·sede)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에게 부여된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세계 각지의 추기경 135명이 참석한다.

이들 추기경은 교황청의 카사 산타 마르타(숙소)에 머물며 시스티나 성당에서 투표한다.

추기경들은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외부와 절대 소통할 수 없다. 선거를 위해 일하는 사제, 비서, 요리사, 의사 등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밀 서약을 해야 한다.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도청·녹음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정밀 수색도 진행된다.

콘클라베 첫날 오전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특별 미사가 열린다. 이어 오후에는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으로 가서 비밀 서약을 한다.

추기경들의 서약이 모두 끝나면 교황 전례 거행 책임자는 라틴어로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모두 퇴장)라고 명령한다.

이때 선거인단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시스티나 성당을 떠나고, 본격적인 콘클라베의 막이 오른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하루에 두 번 피어오르는 연기 끝에 "하베무스 파팜"

콘클라베 첫날에는 오후에 한 번 투표가 진행된다. 이후에는 매일 오전과 오후,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한다. 교황은 투표자의 3분의2 이상 득표로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투표 결과를 알리는 독특한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하루에 두 번, 굴뚝에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를 피우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알리는 것이다.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면 검은색 연기, 선출됐다면 흰 연기를 피운다.

1903년 콘클라베에서 시작된 이 같은 방식은 시대를 거쳐 진화해왔다. 검은색과 흰색의 중간인 회색빛의 연기가 만들어지는 '실수' 때문에 혼선이 빚어진 탓이다.

이에 교황청은 1958년 콘클라베를 계기로 화학 물질을 사용해 연기 색깔을 또렷하게 만들었고, 그 뒤인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출 당시 또다시 혼선이 빚어지자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도 같이 치도록 보완했다.

연기를 뿜는 데에는 난로 2대가 사용된다. 투표용지를 태우는 난로와 연기의 '색깔 제조'를 담당하는 난로다. 이들 두 대의 난로에서 나온 연기는 하나의 관에서 합쳐져 성당 굴뚝으로 나오게 된다.

당선자가 나오면 추기경 단장은 선출된 추기경에 수락 여부와 앞으로 교황으로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 묻는다.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추기경 단장은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새로 선출된 교황은 흰 수단(카속)을 입고 추기경들과 인사를 나눈 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 자리에서 고위 추기경이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선언한다.

영화 '콘클라베' 속 한 장면[엔케이컨텐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콘클라베', 디테일 꽤 정확히 묘사…과장된 측면도"

교황 선출 절차는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하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7년, 2013년 개정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따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영화 '콘클라베'가 교황의 선출 과정을 꽤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다.

가톨릭 역사학자인 캐슬린 스프로스 커밍스는 영국의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열리는 '일반 총회'에 대해 특히 잘 묘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반 총회는 교황 선종 뒤 추기경들이 모여 교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일련의 회의를 말한다.

커밍스는 "그들(추기경들)은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확실한 과반이 확보되는지, 확실한 선두주자가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드폴대 가톨릭학과 교수인 빌 캐버노는 영화에서 그려진 진보·보수간 정치적 다툼은 "약간 과장된 것 같다"며 "추기경들은 진보와 보수로 깔끔하게 나뉘기보다 일반적으론 양쪽 요소가 모두 섞여 있다"고 짚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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