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비닐로 포장된 5천만원, 날짜는 尹 취임 3일 후
건진 "뭉텅이 돈, 쌀통에"…부인 계좌엔 '기도비' 6억4천만원
건진 "뭉텅이 돈, 쌀통에"…부인 계좌엔 '기도비' 6억4천만원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최윤선 기자 = 검찰이 지난해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압수한 5천만원 신권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 주거지에서 현금 5만원권 묶음 3천300매(1억6천500만원)를 압수했다.
이중 5천만원어치 신권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다. 비닐에는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 5월 13일이란 날짜가 찍혀있다.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뭉칫돈인 만큼,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해당 포장 상태는 금융기관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는 지폐 검수에 쓰이는 것으로 일련번호만으로 현금이 어디로 나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전씨는 이 뭉칫돈과 관련해 검찰에서 "사람들이 뭉텅이 돈을 갖다주면 쌀통에 집어넣는다"며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전씨의 법당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대기업 임원, 정치권 관계자, 법조인, 경찰 간부 등의 명함 수백장을 확보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전씨가 윤석열 정부 들어 유력 인사들로부터 '기도비'를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뒤 사실상 '정치 브로커' 노릇을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검찰에 "1억원 이상 기도비를 받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걸로 알려졌다. 많게는 3억원 상당의 기도비를 받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실제로 검찰은 전씨 배우자의 계좌에 2017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현금이나 수표로 기도비 명목 6억4천여만원이 입금된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 출처가 아닐 가능성이 큰 뭉칫돈이 기도비 명목으로 전씨에게 전달됐다면 돈을 준 사람에게도 업무상 횡령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수상한 5천만원 다발이 세간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국정원 특활비로 쓰였던 '관봉권'이 대표적이다. '관봉'은 한국은행이 돈을 출고할 때 포장하는 형태로 띠지가 십자 형태로 돈을 묶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자신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됐다는 5천만원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이때 돈다발이 관봉권이었다.
박근혜 정권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서도 돈다발이 등장했다.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국정원 자금을 전달한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지폐 개수기에 5만원권 지폐를 올려놓으면 100장 단위로 띠지에 묶여 나온다고 설명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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