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출시 '엘더스크롤 IV 리마스터드', 한국·러시아만 구매 불가능
올초 대형 신작 '어바우드' 한글화 약속도 두 번이나 어겨
올초 대형 신작 '어바우드' 한글화 약속도 두 번이나 어겨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거듭된 한국 게임 시장 홀대 논란으로 게임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MS 산하 게임 배급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는 23일(한국 시간) 자정께 '엘더 스크롤 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드'를 전 세계 동시 출시했다.
'엘더 스크롤 IV 리마스터드'는 2006년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출시해 국제 시상식을 휩쓸었던 동명의 명작 게임을 최신 그래픽으로 새롭게 개편한 작품이다.
단순히 해상도만 올린 것이 아니라, 최신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 기반을 새롭게 옮기고 3D 모델과 음성을 새롭게 작업하는 등 사실상 '리메이크'에 가깝다는 평가다.
올해 초부터 숱한 루머와 정보 유출로 장안의 화제가 됐던 '엘더 스크롤 IV 리마스터드'는 이날 라이브 방송으로 게임 플레이 영상과 정보를 공개했고, 출시일을 '오늘'이라고 밝히며 팬들의 열광 섞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이같은 소식에도 한국 이용자들은 어떤 플랫폼에서도 게임을 구매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엘더스크롤 IV 리마스터드'는 스팀이 자국 통화 결제를 지원하는 41개 주요국 중 오직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출시되지 않았다.
한국 스팀과 PC 엑스박스 앱에서는 아예 '엘더 스크롤 IV 리마스터드'가 나타나지 않고, 국내 IP로 해외 스토어 페이지에 접속하려고 해도 차단이 되는 상태다.
게임물 심의를 받지 못했거나 독점 퍼블리싱 계약 등을 이유로 특정 지역 이용자의 게임 구매를 차단하는 이른바 '지역 락'이 걸린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서방 국가들의 무역 제재를 받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지역 락 적용에 어떠한 설명도 없어 게임 이용자들의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심의 제도가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MS는 그간 대형 신작 발매를 앞두고 발매 일정을 맞추고자 항상 사전에 등급분류 절차를 마쳐왔다. 경쟁 업체인 닌텐도나 소니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MS가 한국 게임 시장 우선순위를 크게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S는 블리자드와 인수·합병(M&A)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3년 한국 게임산업협회에 이사사로 가입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가입 약 2년만에 자진해서 탈퇴했다.

MS는 앞서 지난 2월 출시한 신작 역할수행게임(RPG) '어바우드'에서도 한국어 지원 약속을 두 차례나 번복해 빈축을 샀다.
'어바우드'는 당초 출시와 동시에 한국어 자막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출시를 앞두고 일본어와 함께 3월로 언어 지원이 돌연 밀렸다.
그러나 약속한 3월이 되어도 한국어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개발사 옵시디언은 4월이 되어서야 "번역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8월에 한국어를 추가할 계획"이라며 또다시 미뤘다.
MS는 올해 초에도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 패스'를 광고하면서 블리자드가 출시한 고전 게임 리마스터 버전 '디아블로 1'이 입점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를 한국 시장에서만 별다른 이유 없이 서비스하지 않아 과대광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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