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책임 막중" 승리 선언…집권 사민당 역대 최악 성적 3위 추락
일단 좌우 대연정 추진할 듯…극우 AfD 창당 12년 만에 제2당 등극
일단 좌우 대연정 추진할 듯…극우 AfD 창당 12년 만에 제2당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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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제1당을 차지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 정당투표에서 CDU가 22.6%, CSU는 6.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20.8%로 뒤를 이었고 집권 SPD는 16.4%로 제3당으로 전락했다. SPD의 현 연립정부 파트너 녹색당은 11.6%, 막판 돌풍을 일으킨 좌파당은 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좌파당에서 분당한 포퓰리즘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정당투표 득표율 4.972%,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은 4.3%로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선거법상 정당투표 득표율이 5%를 넘거나 지역구 299곳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내야 의석을 배분받는다.
ZDF방송은 전체 630석 가운데 CDU·CSU 연합이 208석, AfD 152석, SPD 120석, 녹색당 85석, 좌파당 64석을 확보할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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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P와 BSW가 원내 진출에 실패하고 CDU·CSU 연합과 SPD의 합계 의석수가 재적 절반(315석)을 넘기면서 일단 두 정당의 좌우 합작 대연정이 가능해졌다. 정확한 의석 배분은 24일 확정될 전망이다.
CDU·CSU 연합은 곧바로 SPD와 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메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제 내 앞에 놓인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또 "세상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부활절인 4월20일까지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CDU·CSU 연합은 지난해 11월 일명 '신호등' 연정 붕괴로 시작한 이번 총선 기간 내내 30% 안팎 지지율로 선두를 지켜왔다.
SPD는 득표율 기준 1949년 제헌의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연임에 도전한 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고 연정 협상은 물론 차기 정부에서 입각하지 않겠다며 대연정 길을 열어줬다.
CDU·CSU 연합 주도로 연정이 구성되면 CDU 소속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12월 퇴진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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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한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최고치이자 2021년 총선 때 10.4%에서 배로 뛴 득표율로 제2당을 차지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역사적 승리"라며 "우리는 CDU와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변화도 불가능하다"며 연정에 참여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독일 정당들은 AfD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연정 구성을 비롯한 모든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2021년 총선 때 득표율 11.4%에서 거의 3분의1 토막이 난 FDP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신호등 연정에서 재무장관을 맡은 그는 긴축재정과 사회복지 축소를 주장하며 숄츠 총리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린드너 장관 해임이 신호등 연정 붕괴와 이번 조기총선으로 이어졌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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