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성명의 '러 침공' 표현 반대…'우크라 지지' 유엔 결의안 참여 거부
바이든 정부 땐 일관되게 러 규탄…"트럼프와 젤렌스키 균열 보여줘"
바이든 정부 땐 일관되게 러 규탄…"트럼프와 젤렌스키 균열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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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워싱턴=연합뉴스) 김지연 김동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양자간 종전 협상을 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 외교 무대에서도 전쟁 가해자인 러시아를 옹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에서 '러시아의 침공(Russian aggression)'이라는 표현을 넣는 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이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지칭하곤 했으나, 이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우크라이나 분쟁'(Ukraine conflict)으로 '순화'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협상한 뒤 미 국무부가 낸 자료에는 '우크라이나 분쟁'(conflict in Ukraine)이라는 표현이 두 차례 들어갔다.
G7 정상들은 지난해 2주년 성명에서 "러시아에 즉각 이 침략 전쟁을 멈추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조건 없이 완전하게 군을 철수하라고 촉구한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의 침공'이나 그와 유사한 표현을 5차례 넣었다.
서방 소식통들은 또 3주년에 맞춰 이달 24일 화상으로 열릴 G7 정상 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하는 문제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G7은 전쟁 1, 2주년인 2023년과 2024년 2월 24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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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유엔총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존을 지지하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초안을 준비했지만, 미국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끈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은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엔 결의안 대부분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다만 결의안 초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할 수 있는 시한이 언제까지인지 분명하지 않아 미국이 아직 생각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현재 50개가 넘는 국가가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을 표결할 수 있지만 이전처럼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국가들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미국의 이런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관련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를 비판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를 탓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연일 비난하며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
또 이해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참여 없이 러시아와 양자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를 우크라이나에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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