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양민혁이 벤치에서 대기하며 영국 무대 데뷔를 노린다.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에 임대 이적한 양민혁이 첫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밀월과의 '런던 더비'에서 조커 출격을 노린다.
원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경기에서도 3차례 대기 명단에 들긴 했지만 이번 QPR 첫 경기 엔트리 포함은 남다르다. 구단도 양민혁의 데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초신성 양민혁(18)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을 떠나 같은 축구종가 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2부)로 6개월간 임대 이적한 가운데 출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QPR은 2일(한국시간) 0시 영국 런던의 더 덴에서 2024-2025 챔피언십 30라운드 밀월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두 팀 모두 승격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잡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혈투가 될 전망이다. QPR은 17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승점 38로 24개 구단 중 13위를 달리고 있다. 밀월이 승점 37을 찍으며 바로 뒤인 14위다.
챔피언십은 상위 두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하고, 3~6위를 플레이오프를 거쳐 마지막 승격 한 팀을 가린다. 29라운드까지 6위 미들즈브러가 승점 44였기 때문에 QPR이나 밀월 입장에선 아직은 따라잡을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승점 1점이 아닌 3점을 따기 위한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국인 '초신성 공격수' 양민혁이 이날 경기의 변수로 떠올랐다.
양민혁은 새 팀의 원정 경기 출전에 대해 "자신 있다"며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그 만큼 출전에 대한 의욕을 누구보다 불태웠다는 뜻도 된다.
QPR 구단은 밀월전 앞두고 "양민혁이 밀월전에서 QPR 데뷔전을 치를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번 시즌 QPR 측면 공격수들이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양민혁은 선발이든 교체든 기회를 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QPR은 지난달 30일 양민혁을 품었다. QPR은 "18세 윙어 양민혁이 2024-2025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리 구단에 남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민혁은 손흥민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6년 계약한 뒤 지난달 합류했으나 1월1일 프리미어리그 선수 등록 뒤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토트넘에서 리그컵 한 경기, 리그 2경기 등 총 3경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3개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QPR을 선택해 임대로 오게 됐다.
지난해 K리그1에서 38경기를 모두 뛴 양민혁 입장에선 180도 바뀐 실전 투입 상황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일단 QPR은 양민혁을 대기 명단에 넣었다. QPR은 밀월전 한 시간 앞두고 배포한 선발 라인업에 따르면 4-2-3-1 전형을 채택했다. 폴 나르디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로니 에드워즈, 스티브 쿡, 모건 폭스, 케네스 팔이 백4를 구성한다. 중원은 샘 필드, 키어런 모건, 조나탕 바란이 지키고, 최전방에서 일리아스 셰이르, 폴 스미스, 알피 로이드가 밀월 골문을 노린다.
양민혁은 일본 올림픽대표 사이토 고키와 함께 9명의 교체 명단에 승선했다. 토트넘 때 벤치 대기와는 다르다. QPR은 양민혁을 승격 위한 즉시 전력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이날 일정 시간을 뛸 가능성이 크다.
양민혁은 QPR 입단 뒤 첫 인터뷰를 통해 "QPR에 올 수 있어 기쁘고 기대를 하고 있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이 곳에서 뛰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다. 정말 뛰고 싶고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원소속팀 토트넘에서 1군 데뷔를 노렸으나 리그 2경기, 리그컵 한 경기에서 엔트리에 들었을 뿐 출전을 기록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출전하지 못하는 것도 18세 K리거 출신 양민혁에게 이상할 일은 아니란 분석이 적지 않지만 지난달 12일 5부리그 구단 탬워스와의 FA컵 64강에서도 명단 제외된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지난달 토트넘이 양민혁의 조기 합류 요청을 했을 때만 해도 부상 선수들이 많은 토트넘이 즉시 전력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불거졌다.
지금은 아니다. 허벅지를 다친 20세 윙어 윌송 오도베르가 복귀를 눈 앞에 뒀다. 브레넌 존슨, 티모 베르너 등 웨일스와 독일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들도 부상에서의 복귀를 눈 앞에 뒀다. 여기에 토트넘은 수준급 윙어 한 명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보다 두 살 아래인 양민혁 입장에선 유럽 무대에 대한 경험도 없어 토트넘 사령탑인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지에 들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양민혁의 임대 이적 가능성은 지난 27일 불거졌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서 토트넘 구단을 담당하는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가 기사를 통해 양민혁이 임대될 수 있음을 알렸다. 잉글랜드 2부 혹은 벨기에, 네덜란드 1부 구단으로 이번 시즌 말까지 임대를 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임대 계약은 곧장 현실화됐다. 골드는 29일 "오늘 양민혁이 QPR과 계약한다. 메디컬테스트도 지금 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실제 이날 양민혁은 메디컬 테스트를 거친 뒤 계약까지 끝냈다.
양민혁은 지난달 런던으로 조기 출국했다. 갈 때만 해도 부상병동 토트넘이 그를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토트넘은 1월 되자마자 양민혁을 선수 등록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시아 굴지의 리그인 K리그1에서 '영플레이어'를 수상했고 MVP 후보에도 들었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에 대해 "수준이 떨어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뛰다가 온 선수"라며 영국 축구에 대한 적응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토트넘 입성 한 달 만에 다시 새 팀을 찾게 됐고 QPR에 왔다.
다행히 QPR은 양민혁을 굉장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QPR은 윙어들의 공격포인트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12골 6도움을 폭발한 양민혁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QPR은 양민혁 셔츠 판매에 바로 돌입하는 등 K리그1 슈퍼스타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바로 착수했다.
양민혁은 각오도 다부지다. "QPR에서 승격이라는 목표를 갖게 됐다. 승리와 포인트 등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며 "내 장점은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밀월과의 경기가 있는데 엔트리에 들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 언제든 자신 있다"고 밝혔다.
사진=QPR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