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천에 소장품 상설전시장 연다(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01-07 14:19:52 수정 2025-01-07 14:19:52
순회전 마친 이건희컬렉션 대거 포함…과천관·청주관은 준분관 체제 운영
경산 조폐공사 건물에 새 수장고 마련 추진…"작년 해외미술품 12점 수집"


이중섭 '흰 소'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상설전시되는 이중섭의 '흰 소'[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주요 소장품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상설전을 시작한다. 또 과천관과 청주관에는 운영부 체제를 도입해 자율 운영을 강화하고 경북 경산에 새 수장고 마련을 추진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7일 서울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주요 사업과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5월 과천관과 서울관에 1만1천800여점 소장품 중 주요 작품을 엄선해 상설 전시하는 상설관을 연다. 과천관에서는 2층과 3층 총 1천평 공간에서 1900∼1980년대까지 280여점을, 서울관에서는 1·2 전시실 총 470평 공간을 이용해 196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80점을 소개한다. 상설관에는 이중섭의 '흰 소'(1950년대)를 비롯해 지난 2년간 지역 순회전을 마친 '이건희 컬렉션'이 대거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품 상설관을 운영하는 것은 5년 만이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상설전은 미술관의 당연하고도 중요한 책무"라며 "그동안 소장품 규모나 내용이 충분하지 못해 상설전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이 부분이 굉장히 확장되고 중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상설관이 전시장 공간의 30%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면서 "상설관 운영으로 내년에는 전시 수가 줄어들고 좀 더 굵직한 전시를 하는 등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엘 샤키, 드라마 1882, 2024,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45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천관과 청주관은 일종의 준분관처럼 운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등 4개 전시장이 있지만 분관장이 따로 없고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이들 전시장을 모두 책임지는 단일 조직 체계다. 미술관은 최근 직제를 개편해 '과천관운영부'와 '청주관운영부' 조직을 신설하고 해당 운영부장이 지역관의 학예·행정·시설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 자율 운영을 강화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증가로 인한 수장고 포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수장공간 확보에도 나선다. 현재 공실로 남아 있는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지하동을 신규 수장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수장고가 확보되면 현재 90%에 달하는 수장고 포화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2025년 전시계획·주요사업 발표(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성희 관장이 2025년 전시계획 및 주요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2025.1.7 scape@yna.co.kr

서울관에는 교육동 2층에 어린이 특화 전시실과 아카이브 전시, 가족라운지 등을 갖춘 상설교육공간인 'MMCA 아트랩'(가칭)이 마련된다.

해외 학자들의 한국미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MMCA 리서치 펠로우십'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해는 알렉산더 알베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한국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미술 현장을 둘러보고 강연, 세미나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 주요 전시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고향에 대한 향수(노스탤지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모은 '향수, 고향을 그리다'전이 8월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서울관 서울박스에서는 공간적인 특성을 반영한 대규모 설치 작품을 제작·전시하는 'MMCA x LG OLED 시리즈'가 처음 선을 보인다. '한국 근대미술 재발견' 시리즈로 덕수궁관에서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전이 열리고, 청주관에선 전후(戰後) 모던아트협회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새로운 동행: 모던아트협회 1957-1960'전이 예정돼 있다. 덕수궁관에서는 이 밖에도 이대원의 작고 20주년을 맞아 회고전이 열리고, 서울관에서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고 이후 첫 미술관 전시가 시작된다. 서울관 전시로는 4∼7월 열리는 호주 태생의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론 뮤익의 개인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론 뮤익, In Bed, 2005, 혼합재료, 162×650×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Gautier Deblonde[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말에는 이건희컬렉션이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의 주요 박물관을 순회하는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이 열린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 요코하마미술관과의 교류전인 '한일현대미술전'은 12월 일본에서 개막한 뒤 내년 5월 과천관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은 해외 미술품 소장을 확대하겠다는 중기 계획과 관련해 지난해 해외미술품 12점을 새로 수집했다고 밝혔다.

미국 작가 존 발데사리 작품 등 7점은 자체 예산으로 구입했고 이집트 작가 와엘 샤키가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집트관에 출품한 작품 등 3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소속 후원회를 통해 기증받았다. 또 미술품 물납제 첫 사례인 중국 작가 쩡판즈의 작품 2점도 새로 수집됐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산 문제로 해외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노력을 많이 했다"며 "기증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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