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들어줄 것"…집권1기 때 국제법 위반 줄줄이 허용
2기도 친화적 인사들…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완성 위해 거부할 수도
2기도 친화적 인사들…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완성 위해 거부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내에서 이스라엘 합병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번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르단강 서안 점령 자체를 국제법 위반으로 보는 국제사회와 달리 이스라엘 극우 정권에 집권 1기부터 친화적이던 트럼프 당선인은 정착촌 확대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까지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관측되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이 같은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다.
국제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지녔으나,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통제하고 있으며 유대인 정착촌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나아가 요르단강 서안에 이스라엘의 주권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에는 약 50만명의 유대인 정착민과 27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1천명, 이스라엘인 약 50명이 살해당하는 등 가자자구 전쟁 전후로 이곳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에 복귀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 극우 정권의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 강행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 정착민들의 희망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시절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등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정착촌의 한 지역 의회에서 활동하는 정착민 엘리아나 패슨틴은 NYT에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살기를 원한다"며 "미국의 새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결정은 무엇이든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의회 이스라엘 간츠 의장은 "트럼프의 팀이 이곳에 와서 현실을 확인했다는 점이 안도감을 준다"며 "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택한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더그 버검 내무장관 지명자가 정착촌을 방문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방송 촬영을 위해 요르단강 서안을 찾은 적이 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 후보자는 수년간 여러 차례 이곳을 들렀고 아예 요르단강 서안 전체가 이스라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순진하게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1기 행정부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의 약 30%를 병합하는 '세기의 거래'를 제안했다가 팔레스타인의 반발 속에 이내 철회하고,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아랍 국가 간의 외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으로 선회했던 사례 등이 근거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의 주요 외교 성과로 자랑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성사시키려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의 양보가 필요해질 수 있다.
이슬람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인정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평화를 추구한다'는 추상적 목표 외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정착민은 "고교생의 첫사랑처럼 열정적으로 빠져들기보다는 성숙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바이든이나 트럼프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디에 염소를 풀어놓을지 고민할 뿐"이라고 말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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