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표 예정…바이든·트럼프 반대에 결국 불발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이 3일 이같은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앞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심사해온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위원회 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백악관에 통보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이 인수를 불허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은 마련됐다.
인수가 허용되면 미국 내 철강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위원회 내 일부 기관의 우려 탓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백악관의 결정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본제철은 향후 US스틸의 생산능력이 축소될 경우 미국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막판까지 공을 들였지만, 인수 승인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조강 생산량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이 2023년 12월 미국 산업화 상징으로 꼽혀 온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8천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이 사안은 미국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4월 열린 US스틸 주주총회에서는 일본제철과의 합병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인수는 난항을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노조 등으로부터 거래를 차단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미국의 제조업 역량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공언해왔는데 US스틸 매각은 되레 미국 제조업 역량 상실의 상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어려운 정치적 선택이었다.
이와 동시에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어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인수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당선인 역시 지난해 11월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나는 한때 위대하고 강력했던 US스틸이 외국 기업, 이번 경우 일본제철에 인수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US스틸은 1901년 존 피어몬트 모건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카네기스틸을 사들여 세운 회사가 모태다. 이후 페더럴 스틸 컴퍼니, 내셔널 스틸 컴퍼니를 합병하면서 탄생한 US스틸은 과거 한때 세계 최대 철강회사이자 사상 처음으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돌파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성기였던 1943년 직원 수는 34만여명, 1953년 조강 생산량은 3천500만t에 달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일본과 독일, 이어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고, 수익성이 컸던 에너지 사업 부문 등을 분리하면서 기업가치가 쪼그라들었다.
한때 시가총액 세계 1위였던 US스틸은 2014년에는 S&P 500 지수에서 퇴출됐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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