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3개월 만에 첫 공판…사과했지만 '중대재해' 혐의는 부인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박순관(65) 대표가 6일 법정에서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의 첫 공판기일에서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그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기소 이후 3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박 대표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PPT 발표 이후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박 대표는 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미리 적어 온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박 대표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고인이 되신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저는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은 수년간 적자인 탓에 제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다 합의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원만히 합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 없다. 앞으로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박 대표는 자신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박 대표 변호인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이날 박 대표도 변호인과 같은 의사임을 밝혔다.
이날 수원지법 201호 법정에는 유족 등 관련자 20여명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박 대표가 사과문을 읽자 "경영책임자 아니어서 책임 못 진다며, 이것도 사과냐"라고 소리치고 욕설을 내뱉거나 한숨을 쉬는 등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그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각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불법 파견받은 비숙련 노동력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하다가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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