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솟값 '고공행진'…신선식품 14년 만에 최고 상승
12월 물가, 환율 높아지자 석유류 상승
12월 물가, 환율 높아지자 석유류 상승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송정은 기자 = 올해 소비자물가가 2%대 초중반 올라 작년보다 상승세가 둔화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과일과 채솟값이 높았던 영향으로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의 마지막 달 물가상승률은 1% 후반으로 나타났다. 4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지만 상승 폭은 전월보다 확대됐다.
최근 높아진 환율이 당장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 생산자물가 등에 반영되면서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18(2020년=100)로 작년보다 2.3%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0%)는 웃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대에서 2021년 2.5%, 2022년 5.1%로 올랐다가 지난해(3.6%)까지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작황 부진에 따른 과일 가격 상승과 여름 폭염·폭우 영향으로 올해 농산물 가격은 높은 흐름을 나타냈다.
농산물 물가는 10.4% 올라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귤과 사과 가격은 각각 46.2%, 30.2% 상승했고, 배 물가 상승률은 71.9%를 기록했다. 배추도 25.0% 올랐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보다 9.8% 뛰었다. 역시 2010년(21.3%) 이후 최고치다.
신선과실이 17.1%, 신선채소가 8.2% 상승했다. 신선과실 물가 상승률은 2004년(24.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다.
석유류 가격은 1.1% 내려 지난해(-11.1%)보다 하락 폭이 축소됐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축소됐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일부 환원된 데 따른 영향이다.
이외에 서비스(2.2%), 전기·가스·수도(3.5%) 등 물가 오름세가 작년보다 약해져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7%를 기록했다.
12월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9% 올랐다.
올해 들어 월별 물가상승률은 농산물 가격 등으로 인해 2∼3월 3%대를 기록한 뒤 4월 2%대에 진입했다. 이후 오름세가 약화하다가 지난 9월(1.6%)부터 1%대로 내려왔다. 10월(1.3%)과 11월(1.5%)에도 1%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고환율 등 영향으로 12월 물가 상승률은 다시 2%대에 근접하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1.0% 올라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 환율 영향, 전년도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 변화 등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도 작황 부진에 따른 출하 부족으로 2.6% 올라 전월(0.3%)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가공식품은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2.0% 상승했다.
내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이달보다도 소폭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환율과 작년 1월 석유류 가격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설 성수품 수요 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로 전망된다"며 "환율이 석유류에 바로 영향을 주고 다른 품목에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서서히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다음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이달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 연동보조금을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하고 겨울철 유류비, 난방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에너지·농식품 바우처 지원, 주요 식품 원료 할당관세 지원 등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연간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 근원물가 안정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올해(2.3%)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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