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코리안 더비'가 됐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6호골이 무산됐다. 반면 주전으로 복귀한 황희찬은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키며 확실한 반등세를 탔다.

울버햄프턴 공격수 황희찬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웃었다.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득점 뒤 연속골을 내주며 역전패하는 듯 했으나 후반 42분 장신 공격수 에르겐 스트란드 라르센이 재동점포를 터트리면서 2-2로 비기고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를 쌓았다.



반면 토트넘은 통한의 동점포를 내주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프리미어리그 최근 6경기에서 1승 1무 4패의 부진에 빠졌다.

전체 성적에서도 울버햄프턴은 웃고 토트넘은 고개를 숙였다. 울버햄프턴은 시즌 초반 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를 면치 못했으나 최근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4승 4무 11패(승점 16), 17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프리미어리그는 18~20위 3팀이 다음 시즌 강등되기 때문에 울버햄프턴은 악전고투 끝에 일단 강등권에서 벗어난 채로 새해를 맞게 됐다.

포르투갈 출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데려온 뒤 신바람 2연승을 챙기는 등 감독 교체 효과가 확실하다.

프리미어리그 빅6 중 한 팀인 토트넘은 우울한 새해를 맞게 됐다. 7승 3무 9패(승점 24)가 되면서 브렌트퍼드(승점 24)를 제치긴 했으나 순위는 11위로 여전히 10위권 밖이다. 지난해 여름 부임한 호주 출신 아닞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경질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홈팀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꾸렸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데스티니 우도기,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은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이브 비수마가 지켰다. 2선에 손흥민, 데얀 쿨루세브스키, 브레넌 존슨이 배치됐다. 최전방 원톱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도미니크 솔란케로 낙점됐다.

원정팀 울버햄프턴은 3-4-2-1 전형으로 맞섰다. 조세 사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산티아고 부에노, 크레이그 도슨, 맷 도허티가 백4를 형성했다. 3선엔 라얀 아이트누리, 주앙 고메스, 안드레, 넬송 세메두가 출전했고, 2선에서 마테우스 쿠냐와 장리크네르 벨가르드가 호흡을 맞췄다. 최전방에서 황희찬이 토트넘 골문을 노렸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1~2라운드에 선발로 나섰으나 이후 벤치로 밀려 교체 출전하거나 아예 결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0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요르단전에서 부상을 입어 한 달 넘게 쉬기도 했다. 페레이라 감독이 부임한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뽑아내더니 두 번째 경기에선 선발로 돌아와 또 다시 득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경기에선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주인공이 바로 황희찬이었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전반 7분 프리킥 기회 때 아이트누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밀어준 패스를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안으로 빨려들어가 골망을 출렁였다. 울버햄프턴의 약속된 작전 앞에 이번 시즌 세트피스 수비 취약점을 드러낸 토트넘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직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18라운드에서 뒤늦게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린 황희찬은 이번에도 강팀으로 꼽히는 토트넘의 골문을 흔들면서 지난 시즌 맨시티, 리버풀을 상대로 득점했던 '강팀 킬러' 면모를 되찾았다.

하지만 토트넘의 반격도 매서웠다.

황희찬의 선제골이 터지고 5분 뒤인 전반 12분 페드로 포로의 오른쪽 코너킥을 벤탄쿠르가 골지역 앞에서 번쩍 뛰어오르며 헤더로 끊는 슛을 시도해 동점골을 만든 것이다.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7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가 징계를 끝내고 직전 경기인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 복귀한 벤탄쿠르는 이번 시즌 리그 2호골로 컴백 기쁨을 알렸다.

이후에도 원정팀을 몰아치던 토트넘은 전반 42분 뒤집기 찬스를 잡았다. 오른쪽 날개 존슨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돌파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울버햄프턴 미드필더 안드레에게 반칙을 당해 넘어진 것이다. 주심이 즉각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그러나 손흥민의 킥은 상대 골키퍼 사에게 완전히 간파당하고 말았다. 오른발 슈팅을 왼쪽 낮은 곳으로 찼는데 사가 보란 듯이 쳐냈다.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굴하지 않고 줄기차게 공세를 펼쳤다. 손흥민 실축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전반 추가시간에 역전골을 뽑아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구석으로 파고든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컷백을 받은 존슨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토트넘은 후반 들어 고전했다. 게다가 후반 4분 만에 왼쪽 풀백 우도기가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되는 악재를 맞았다. 이번 시즌 유독 수비수 부상이 많아 18세 미드필더 마이키 무어가 센터백을 보는 등 수난을 겪는 중인 토트넘은 우도기가 나가고 세르히로 레길론이 들어오면서 백업 선수들이 백4에 3명이나 포함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후 후반 19분 손흥민을 빼고 티모 베르너를 교체로 투입했다. 손흥민은 64분 동안 페널티킥 슈팅 한 차례만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없이 벤치로 돌아왔다. 새해 1월1일부터 다른 구단과 이적 협상이 가능한 보스만 룰 적용을 앞둔 손흥민은 자신의 쇠락한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새해를 맞게 됐다.

후반 33분엔 선제골 주인공 황희찬도 카를루스 포르부스와 교체되면서 그라운드를 떠나 '코리안 더비'도 마무리됐다.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두 사라진 뒤 울버햄프턴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 42분 아이트누리가 투입한 볼을 라르센이 잡아 골지역 왼쪽 각이 없는 곳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리고 재동점골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90분 혈투는 2-2 무승부로 끝났고 웃은 팀은 울버햄프턴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