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10년 간 토트넘 홋스퍼에 헌신한 손흥민의 미래는 이제 새해가 되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계약 연장 발표가 없는 가운데 손흥민은 새로운 구단들과 자유롭게 협상하게 된다.
유럽 현지 매체들은 계속해서 손흥민의 1년 연장 옵션 발동을 보도하고 있지만, 구단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토트넘이 예전부터 원했던 중동 이적을 여전히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26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과 맺고 있는 현재 계약을 1년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토트넘이 손흥민, 그리고 손흥민보다 1년 먼저 토트넘에 입단한 '절친' 벤 데이비스의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 두 선수들을 1년 더 팀에 묶어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의 현 계약서 만료일은 2025년 6월이지만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면 1년 더 잔류해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토트넘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엔 옵션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4월 언론에 공개됐다.
손흥민은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연장 옵션 조항은 오로지 구단의 결정에 따라 발동될 거라는 뜻이다. 반대로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손흥민은 기존 계약 기간만 채우고 팀을 떠나야 한다.
다만 구단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선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 축구 특성상 4년 전 체결한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는 것에 대해 선수 의사 정도를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손흥민이라고 마냥 기다리는 게 좋지만은 않은 듯 보인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다루는 매체 '투 더 레인 백'은 27일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화이트 하트 레인(토트넘 옛 구장 이름이자 토트넘 구단 별칭)'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토트넘 클럽하우스에서 한국 선수의 계약 상황은 들려오질 않고 있다. 대신 유럽과 중동의 여러 팀이 자유계약 형태로 그를 영입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어 "전 바이엘 레버쿠젠 윙어(손흥민)의 토트넘 계약은 2024-2025시즌에 끝난다"며 "토트넘은 손흥민이 30대 후반까지 구단에 잔류하기를 원한다는 보도도도 있었으나 당사자 간의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불만을 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6일엔 과거 토트넘에서 스카우트를 했던 브라이언 킹이 또 다른 토트넘 관련 매체 '토트넘 홋스퍼 뉴스'를 통해 "이 문제는 3~4달 전에 해결됐어야 했는데 풀지 못한 채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최근 손흥민 플레이를 보면, 마음이 토트넘에 100%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손흥민이었다면 분명 억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흥민은 지난 10년간 토트넘의 상징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이적 가능성까지 지워가면서 헌신했는데, 지난 여름엔 "이 팀에 뭔가 하나를 남기고 싶다"며 토트넘의 숙원인 공식대회 우승을 위해 전력 다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준결승에 진출해 우승에 한 걸은 더 다가선 상태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재계약 없는 방치다. 이번 시즌 두 차례 부상을 겪긴 했으나 말끔하게 치유하며 제대로 복귀했는데 토트넘은 그의 거취 문제에 관해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현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옵션 행사할 것이란 보도만 8개월째 돌림 노래처럼 우후죽순 퍼지는 중이다. 연말에도 이 같은 래퍼토리가 다시 한 번 반복됐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도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의 발언을 빌어 토트넘의 손흥민 계약 1년 연장 계획이 살아 있고 곧 실행될 것임을 알렸다.
로마노는 "연장 옵션을 활성화해 손흥민과의 계약을 2026년 6월까지 길게 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10월 이후 클럽 내부 분위기다. 공식적인 절차를 기다리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라며 이미 토트넘 내부에선 손흥민을 다음 시즌에 잃어버릴 일은 없는 상황임을 알렸다.
로마노의 주장이 맞다면 내년 여름 손흥민을 데려가려는 구단들은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손흥민이 다른 팀으로 갈 가능성이 확 줄어든다. 스피드가 생명인 윙어가 33살을 맞게 되면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적료까지 지불하는 구단이 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는 "손흥민이 30대 후반까지 팀에 남기를 원하지만, 새 계약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현재 상황대로라면 손흥민은 시즌이 끝나면 FA가 될 것이다. 손흥민은 유럽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향후 수익성 있는 거래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다른 팀에 내주더라도 이적료를 받고 내주겠다는 의미다.
유럽만 손흥민을 노리는 게 아니다. 중동에서 막대한 자금을 풀고 있는 사우디 구단들도 이미 손흥민을 주목한 지 오래다.
지난해 여름부터 손흥민은 이미 사우디 구단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당시 손흥민이 사우디 알 이티하드로부터 4년 총액 최대 2400억원을 제안받았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우디의 관심에 손흥민은 "난 아직 사우디아라비아에 갈 준비가 안 됐다. 프리미어리그가 좋고, 프리미어리그에서 할 일이 남았다"라며 이적설을 부인하고, 토트넘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사우디가 토트넘에도 손흥민 이적료로 800억원 정도를 지급할 태세를 드러내고 있어 토트넘은 손흥민 이적을 통한 차익실현 등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을 2015년 데려올 때 레버쿠젠에 지불한 이적료가 400억원 정도다.
지난 11월 '토트넘 홋스퍼 뉴스'도 "사우디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이 오면 손흥민이 떠날 수 있다"며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실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손흥민을 (2026년에) 자유계약으로 이적시킨다는 게 아니라 (내년 여름)이적료를 챙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가 재계약 시 현재 팀내 최고 주급자인 손흥민의 연봉을 최소 동결해야하고 3년정도 같이 가야 하기때문에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만 발동할 거란 의혹도 있다,.
그럼에도 1년 연장 옵션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고 어느 덧 손흥민은 계약기간을 6개월 남겨놓게 됐다. 새해 1월1일이면 보스만 룰을 적용받아 다음 시즌 이적료 없는 입단을 전제로 전세계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어쨌든 손흥민이 어느 정도 만족했다면 재계약이 벌써 발표되고도 남았을 일이다. 재계약이든 현 계약 연장 옵션 활성화든 결론이 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로 해석된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이 흐를 수록 토트넘과의 재계약 등에 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할 말이 없다"는 식의 인터뷰가 거의 대다수다.
손흥민이 내년 자유계약으로 풀리면 영입을 타진하는 구단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리버풀전, 27일 노팅엄전에 연달아 부진하긴 했지만 이달 중순 사우샘프턴전 1골 2도움,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코너킥 직접 득점은 손흥민의 클래스가 살아있음을 알린 신호다.
유럽축구 통계매체 '데이터 MB'는 손흥민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윙어·공격형 미드필더 중 페널티지역 안으로 찔러주는 키패스 횟수가 90분 단위로 환산했을 때 1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트넘만 '리빙 레전드' 후보 0순위인 손흥민을 앞에 두고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11월 '포브스'는 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 여부를 주목하면서 손흥민이 일궈놓은 구단의 가치 '밸류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체는 "토트넘의 문제는 손흥민이 떠나거나 은퇴한 후에도 한국인들로부터 이 정도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라며 "토트넘에서 보낸 10년은 아시아 팬들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래나 이것이 자녀들에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클럽을 따르도록 격려하는 것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토트넘의 한국 내 인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든,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클럽이 대륙의 슈퍼스타 손흥민의 확고한 충성심이 없었다면 글로벌 팬 설문 조사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매체마저 단박에 파악한 사실을 토트넘만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을 끄는 사이 토트넘에 대한 손흥민의 마음을 더더욱 멀어지고, 그에 정비례해 팬들도 토트넘과 거리를 벌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