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선진국에 배곯는 지구촌…트럼프 복귀로 '설상가상'
연합뉴스
입력 2024-12-25 21:07:05 수정 2024-12-25 21:07:05
독일 등 주요 기부국, 국내 정치 압박에 줄줄이 지원 축소
'미 우선주의' 트럼프까지 귀환…"내년 지원 사각지대 최소 1억명"


시리아 난민 캠프 주민[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최근 전 세계 선진국들 사이에서 국제 원조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수억명이 배를 곯는 기아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 한 해 유엔이 전 세계에서 모금한 인도주의 지원 기부금은 200억달러(한화 약 29조1천800억원)를 겨우 넘기면서 당초 목표치로 내세웠던 496억달러(약 72조3천700억원)의 46% 수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목표 모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유엔은 내년 예상 모금액이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3억7백만명 중 최대 60%밖에 돕지 못하는 규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내년에 최소 1억1천700만명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정난은 전 세계의 주요 기부국들이 재정 압박과 국내 정치적 이유 등으로 지원 규모를 줄이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유엔에 내놓는 기부금 액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올해 이미 긴축 재정을 도입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해외 원조 예산을 5억달러(약 7천200억원) 가량 줄였다.

독일 내각은 내년에 여기서 10억달러(약 1조4천500억원)를 추가로 더 줄이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구호 트럭[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복귀를 앞두고 있어 국제 구호 단체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해외 원조 정책에 대해서는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미 1기 행정부에서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 예산 삭감을 시도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위해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작성한 정책 제언집인 '프로젝트 2025'에는 이러한 내용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선거 기간 동안에는 프로젝트2025를 두고 민간의 정책 제언 중 하나라며 거리를 뒀지만, 최근 2기 행정부 인선에서 프로젝트2025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을 연이어 기용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제언집은 미국 정부가 '악의적 정권'이 들어선 국가에 대해서는 지원 프로그램을 삭감해 국제 원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규제하는 기구인 '정부효율화부'의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기구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만 지원 부담이 쏠린 구조 역시 기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로이터가 검토한 유엔 자료에 따르면 이미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 러시아는 최근 4년간 유엔이 지출한 인도주의 자금 중 단 1%밖에 기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유엔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 미국과 독일, 유럽연합(EU)이 기여한 비중은 58%에 달했다.

이에 과거 개발도상국으로 지원을 받았던 중국과 인도 등이 경제적 성장의 과실만 누리며 전 세계의 인도적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불균형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같은 일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왜 일부 국가들만 국제 원조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불만의 구실을 제공해 모금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구호단체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를 이끄는 얀 에게랜드는 로이터에 이같이 지적하면서 중국과 인도가 해외 원조 대신 올림픽 개최나 우주 사업 등에만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대국들이 지원을 줄인 결과는 구호 현장에서 고스란히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내전으로 식량난이 심각한 시리아에서 올해 지원 목표를 당초 600만여명에서 100만명 수준으로 대폭 삭감했다고 WFP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로이터에 지난 3월 시리아를 방문했을 당시 현장 직원들이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배고픈 사람들의 손에서 음식을 뺏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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