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버스·산타학교·'몰래산타 대작전'·산타마을
산타우체국엔 1만3천여통 도착…카리나는 '헬로 뉴 산타'
산타우체국엔 1만3천여통 도착…카리나는 '헬로 뉴 산타'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출근길 소소한 선물…요즘 산타는 루돌프 말고 버스를 모나봐요."
최근 부산에서 115-1번 버스에 올라탄 직장인 양태규(31) 씨는 평소와 다른 내부 모습에 놀랐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버스 기사가 맞이했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빨간 카펫이 깔려 있고 의자 옆에는 눈사람 풍선도 있다. 천장과 손잡이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이 버스는 부산에서 12월 한 달간 운행하는 '산타버스'다.
현재 부산·울산·천안·제주 등 전국에서 산타가 버스를 몰고 있다. 이 특별한 버스는 천안에서 20년째, 부산에서는 7년째 이어져 온 지역의 명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산타버스'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해주는 버스다"('rro***'), "잠시나마 걱정을 덜고 낭만 있게 집에 갑니다"('iri***'), "목적지도 없이 타서 종점까지 왔다('rux***') 등 훈훈한 '고백'이 엑스(X·옛 트위터)에 이어졌다.
오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서울 시내 곳곳에는 1천4명의 산타가 나타날 예정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이나 한부모·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배려 대상 850가구를 선정해 펼치는 '2024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이다.
성범죄 전력 조회 등을 거쳐 선발된 산타 자원봉사자들은 이달 초 '산타 학교'를 수료했다. 산타 목소리와 율동을 배우고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또 사전에 어린이들의 '소원'을 파악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저마다 산타를 초청했다.
서울시는 '산타마을'을 콘셉트로 광화문광장 일대에 '광화문마켓'을 열었다. 내년 1월 5일까지 문을 여는 이곳은 산타마을, 산타마을 놀이광장, 산타마을 맛집거리 등으로 나뉜다.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모형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핀란드 로바니에미 시 산타클로스 마을에서 초청한 산타와 엘프를 만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산천어축제가 개막하는 다음 달 18일부터 폐막일인 내년 2월 2일까지 산타가 화천에 머물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타와 엘프는 산천어축제장과 선등거리 야간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어린이 도서관과 가족센터 등 다양한 지역 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2018년 문을 연 화천 산타우체국에서는 전국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핀란드에 보낸다. 소원을 적어 보낸 아이들은 성탄절 전후로 핀란드 산타 우체국 소인이 찍힌 산타의 답장을 받게 된다.
편지를 핀란드어로 쓰지 않아도 된다. 12개국 언어를 사용하는 비서가 산타를 돕기 때문이다. 답장도 한국어와 영어로 써서 같이 온다고 한다. 올해 화천 산타우체국에 도착한 편지는 1만3천89통으로 지난해보다 3천여 통 늘었다.
충남 서천군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캐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서천에 산타가 나타났다네 금강 물 위를 썰매로 질주하네. 눈 대신 갈대밭 바람 맞으며 루돌프도 한쪽 눈 감고 웃는다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뮤비는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명소로 꼽히는 명동 신세계스퀘어에서는 초대형 스크린으로 산타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0일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출연하는 약 10분짜리 영상 '헬로 뉴 산타'(Hello New Santa)가 이곳에서 공개됐다. 산타로 변신한 카리나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캠페인으로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위한 산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는 크리스마스타운이 마련됐고, 타워 외벽 미디어파사드에는 일몰 후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선물을 줄 어린이를 찾는 커다란 산타 얼굴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메인 수조에서는 25일까지 산타와 루돌프 옷을 입은 아쿠아리스트의 특별한 인사를 만나볼 수 있다.
산타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는 방법도 있다.
'캐치산타에이알'(Catch Santa AR) 앱은 VR(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서 산타를 실시간으로 합성해 동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사용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집안을 스캔하고 합성할 산타 크기를 설정하면 산타가 마치 집을 다녀간 듯한 사진이 생성되는 것이다.
앱 사용자는 "자기 방에 산타가 선물을 놓고 가는 영상이 신기한지, 아이가 두고두고 보여달라고 한다"는 리뷰를 남겼다.
한편, 크리스마스에 일일 산타가 되어 보는 이색 아르바이트도 화제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에서 사진 촬영 이벤트를 진행하는 역할이다.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 따르면, 보통 크리스마스 2주 전 모집을 시작해 행사 시작일 전에 마감한다. 공고에는 50~60대의 80kg 이상 남성 혹은 외국인을 우대한다고 적혀있다. 일 급여는 최대 40만 원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린이집에서 산타 알바를 했던 이호준(26) 씨는 "시작 전 교육에서 산타 연기, 대본, 율동과 마술 등을 배웠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행사 대행업체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도 '꿀알바'(아주 좋은 아르바이트)로 꼽혀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전형적인 산타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복장이나 수염으로 분장하면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외국인이나 중년을 모집하기 힘든 편이지만, 서울에서는 한 명 뽑을 때 보통 10명은 지원한다"고 밝혔다.
ku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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