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요구에는 與 "가능" 野 "불가"…헌법재판관 임명, 與 "안돼" 野 "가능"
韓대행 탄핵요건에도 與 "대통령 기준으로 200석" 野 "총리 기준으로 151석"
韓대행 탄핵요건에도 與 "대통령 기준으로 200석" 野 "총리 기준으로 151석"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한혜원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만약 국회가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몇 석이 필요한지를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맞서고 있다.
헌법상 규정이 포괄적인 데다, '권한대행 탄핵'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이 19일 행사한 법률안 재의요구권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직결되는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해서도 여야의 주장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엇갈린다.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벼르는데, 여당은 이를 '대통령 탄핵 기준'으로 정족수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총리 탄핵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韓 탄핵' 추진시 정족수 논란…與 "대통령 기준" 野 "총리 기준"
한 권한대행이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여야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책임 있는 결정"(국민의힘), "명백한 입법권 침해"(더불어민주당)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을 추진할 태세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권한대행을 두고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현실화할 경우 국회에서의 가결 정족수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은 명확한 법조문이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직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 탄핵소추 정족수에 준하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때처럼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 권한대행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한대행은 사실상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 절차를 밟게 된다면 그 또한 대통령에 준하는 기준과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를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로 간주해 재적 의원 과반(151명)만 찬성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 의석수(170명)로 충분히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출직인 대통령과 임명직인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둘을 통제하는 수단이 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했는데,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시 필요한 정족수로 탄핵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 여야, 헌법재판관 임명에 朴탄핵 때와 180도 태세전환
한 권한대행이 현재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여야는 각자의 논리로 맞서는 형국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여야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였던 입장을 각각 뒤집었다. 당시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갈리게 될 정치적 유불리가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궐위 상태)에야 대법원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권 권한대행은 2017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며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인 국회가 '판사'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게 권 권한대행의 지적이다.
그는 "2017년 이선애 후보자는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고, 지금은 국회 추천 몫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하려고 징계위원 결원을 채운 것이 불법이었다는 서울고등법원 판례도 들었다.
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인 3명에 한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형식적인 결재 절차에 불과하며, 임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기관 구성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2017년에는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추천 몫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에 "권한대행이 헌재소장이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의 의견"이라고 썼고,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인터뷰에서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면 국회가 인준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에는 대통령 추천이 아닌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추천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재판받아야 할 상황에서 새 재판관을 추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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