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와 농산물수급관리센터
농업디지털센터 신설해 노지 농업의 디지털 전환도
농업디지털센터 신설해 노지 농업의 디지털 전환도
[※ 편집자 주 = 해마다 반복되는 농작물 과잉 생산과 가격 폭락, 최근 빈번해진 기후 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뉴질랜드의 키위 생산자 조합인 '제스프리'와 같은 자율적인 농작물 수급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까? 제주도는 지난 4월 '제주농업 미래 비전 선포식'을 했습니다. 제주도는 생산자단체의 자율적 수급관리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형 농작물 수급관리 정책을 추진합니다. 행정 중심의 농업정책(농정)에서 농민 중심의 농정으로 가는 제주농업 대전환의 여정을 살펴보는 기사를 2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농사를 모르는 농업정책(농정) 당국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생산자단체가 중심이 돼 농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2월 7일 제주한라대학교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오 지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를 만들어 생산자 조직이 중심이 돼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안정공제를 통해 수급관리연합회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이어 "과학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농업기술원에 공공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제주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위성에서 제주 농산물의 수습 상황을 체크하는 시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걸어가지 않았던 길을 우리가 걸어가고 있고 거기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그것이 제주도가 표방하는 혁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설치
오 지사는 민선 8기 자신의 농업 공약인 '제주형 농산물 자율적 수급 안정 사업'을 차례차례 추진해왔다.
제주도는 지난해 2월 농가 자율적 수급관리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할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농민과 농협,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9차례 회의를 하고, 워킹그룹을 구성해 10차례나 설명회를 하며 합의를 끌어냈다.
마침내 지난해 7월 감귤, 당근, 월동무(겨울무), 양배추, 브로콜리, 마늘, 양파 등 7개 품목연합회와 5개 품목농협협의회가 참여하는 사단법인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가 출범했다.
제주산 감귤은 전국 연중 생산량의 99.8%를 차지한다. 브로콜리 생산량은 약 69%, 당근 생산량은 약 35%, 월동무 생산량은 약 32%, 양배추 생산량은 약 28%를 차지한다.
마늘과 양파 생산량 비율은 각각 6%, 5%로 낮지만, 다른 지방에서 대량 생산되기 전 출하되는 주요 품목이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는 이들 각 품목에 대한 최상위 수급관리 의사 결정 조직이다.
제주도는 한 달 뒤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 안정을 위한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
조례에서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생산 및 출하 조정과 품질 규격 관리 등 수급 안정을 위한 수급관리연합회 설립을 지원하고,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도는 올해 1월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를 설치했다.
센터의 역할은 ▲ 농산물의 수급관리 실행계획의 수립 및 시행 ▲ 품목별 재배면적·출하·가격 정보 등 제공 ▲품목별 제주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의 수립 지원 ▲제주농산물의 수급 안정을 위한 가격안정제 지원 ▲제주농산물의 가공 처리 및 마케팅 지원 ▲ 품질 규격 위반사항에 대한 지도단속 등이다.
센터는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의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품목별 수급관리 정책사업을 추진한다.
제주 농산물 수급관리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농정 추진 사업이 필요할 경우 품목별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사업을 기획해 행정과 협력함으로써 수급관리연합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센터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운영은 수급관리연합회에 위탁했다.
강동만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장은 16일 "아직 수급관리연합회와 센터는 물론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관리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며 "최대한 많은 농민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 농업 디지털 전환 위한 농업디지털센터 신설
도는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설치와 동시에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농업디지털센터를 신설했다.
농업디지털센터는 전체 농업의 95%를 차지하는 노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이다.
센터장으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업 부문 데이터 관련 일을 하며 제주 농업에 대해서도 다년간 연구해온 국승용 씨를 영입했다.
농업디지털센터는 도내 전체 농지 정보를 비롯해 농산물 생산, 유통, 수출입, 시장동향 등 35가지에 대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22종에 대한 공공부문 데이터 구축을 완료했다. 나머지 13종에 대한 데이터는 내년 3월까지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민간 부문 데이터도 활용하기 위해 현재 농작물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5개 지역 농협 자료를 받고 있고, 점차 도내 19개 지역 농협의 데이터도 모두 수집할 계획이다.
농업데이터센터 시스템 구축이 100% 완료되면 기본적인 통계자료 등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농민 등이 회원 가입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국승용 센터장은 "일단 7개 품목에 대한 수급 정보, 예측 정보 등을 제공해서 어떤 작물의 생산량이 과잉 또는 과소가 돼 가격이 등락하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 센터장은 "더불어 소수의 농가가 틈새시장이 있는 새로운 작물을 발굴하고, 재배면적과 생산 관리를 철저히 해서 신품종 재배에 따른 위험성에 상응하는 소득을 올리는 모델도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7개 주요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철저한 수급 관리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제주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농민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틈새 작목을 발굴해서 더 많은 농업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kh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