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대신 집회" 술집 곳곳 북적…"안타깝다" 쓴잔도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한지은 김준태 최원정 최윤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시민들의 저녁 밥상에도 '탄핵'이 올랐다.
토요일인 이날 밤 '먹자골목' 곳곳은 탄핵에 들뜨고 흥분한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씁쓸한 술잔을 기울이는 일부 시민도 눈에 띄었다.
대규모 탄핵 집회가 열렸던 여의도 인근 식당과 술집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어느 곳을 들어가나 시민들은 탄핵을 주제로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한 치킨집 직원은 "지금 주문하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줄을 서던 김민지(21)씨는 "동호회원 5명과 함께 송년회 대신 탄핵 집회에서 모였다"며 "이렇게 헤어지기도 아쉽고, 탄핵 축하연의 목적도 있다"며 웃었다.
김씨는 "오래 기다리더라도 치맥 한 잔은 하고 헤어지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인근 민속주점에서 만난 이영지(22)씨는 "동네에서 마음 편히 축하주를 걸치려고 했는데, 당장 지하철로 이동하기 어려워 여기서 1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는 "숙취해소제도 챙겨 먹었다. 오늘 밤은 길 것"이라고 외쳤다.
북적이는 여의도를 피해 종각역 인근 젊음의 거리로 넘어온 시민들도 있었다.
서태화(54)씨는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너무 올라 아이를 유학 보낸 친구들이 힘들어해 같이 집회에 다녀왔다"며 "탄핵이 가결돼서 기분이 좋다. 지금 2차를 가려고 한다"고 했다.
쓴잔을 들이켜는 시민도 있었다. 테이블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눠봤다.
탑골공원 인근 노상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김모(65)씨는 패딩을 껴입었지만, 취기에 얼굴은 달아올랐다. 연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씨는 "대통령이 정치 경험은 없지만 외교적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며 "속이 쓰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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