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 물결의 선봉…급진적 시대정신 완벽 대변"
"트럼프 재집권·머스크 친분, 멜로니에게 추진력 부여"
"트럼프 재집권·머스크 친분, 멜로니에게 추진력 부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1일(현지시간)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이 매체는 이날 "유럽과 대화하고 싶다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까요"라며 질문을 던진 뒤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고문인 일론 머스크라면 멜로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썼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멜로니 총리가 네오파시스트 단체에서 일찍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가 "유럽의 정치를 극우로 끌어들이는 물결의 선봉에 서 있었다"고 묘사했다.
이어 유럽에 멜로니 총리를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중도주의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멜로니를 "대서양 양쪽에서 점점 번성하고 있는 급진적인 시대정신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인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 프랑스와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멜로니 총리가 전후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멜로니 총리의 단호하고 실용적인 이미지가 이러한 안정성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일례로 지난 5월 멜로니 총리가 빈첸초 데 루카 캄파니아 주지사에게 한 방 먹인 사건을 거론했다.
데 루카 주지사가 멜로니 총리를 '암캐'(stronza·영어로는 bitch)라고 불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멜로니 총리는 당시 남부 도시 카이바노에서 열린 행사에서 데 루카 주지사에게 인사하며 "(제가) 그 암캐 멜로니입니다. 잘 지내셨나요?"라고 말했다.
이 일화는 멜로니 총리가 남성 정치인을 압도할 수 있는 직설적이고 강한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멜로니 총리가 독일과 프랑스의 '권력 공백'을 활용해 유럽에서 이제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여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의 재집권이 멜로니 총리에게 더 큰 추진력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자 및 성소수자에 대한 멜로니의 태도가 트럼프 당선인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 또 그가 트럼프의 핵심 측근이자 억만장자인 "머스크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이 매체는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와 밀통하는 자"(Trump whisperer)는 아니라면서 멜로니 총리가 머스크와 연줄이 있다고 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도록 만들거나 EU 상품에 대한 전면적 관세 부과를 철회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말은 꾸준히 지켜왔고, 뜻이 맞지 않으면 측근이라도 가차 없이 내치는 트럼프의 성향상 머스크의 말을 오랫동안 들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멜로니 총리가 지금까지는 주로 이탈리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이제 문제는 그가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그렇다면 그가 지금처럼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우려하는 것처럼 극우의 본색을 드러낼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밖에 유럽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행동가'(The Doers), '파괴자'(The Disrupters), '몽상가'(The Dreamers) 등 3개 카테고리로 나눠 순위를 매겼다.
이 매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나디아 칼비노 유럽투자은행(EIB) 총재, 피오트르 세라핀 EU 예산 집행위원을 '행동가' 1∼5위로 꼽았다.
'파괴자' 부문에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 대표, 테레사 리베라 EU 청정·공정·경쟁전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 라팔 트르자스코브스키 바르샤바 시장,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하원 원내대표, 라파엘레 피토 EU 통합·개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몽상가' 부문에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1위로 매겼다. 이어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아르민 파페르거 독일 군수기업 라인메탈 최고경영장(CEO) 순이었다.
이 매체는 '몽상가' 부문 7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꼽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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