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조사 결과…수레바퀴 흔적·토기 조각 등 발견
25.5m 길이 건물터 규모 확인…옻칠 가죽으로 만든 '칠피갑옷' 또 나와
25.5m 길이 건물터 규모 확인…옻칠 가죽으로 만든 '칠피갑옷' 또 나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백제가 사비에 도읍을 두던 시기(538∼660) 왕궁터로 거론되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도로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관북리 유적에서 왕궁과 관련한 건물터와 도로로 추정되는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를 알 수 있는 자취)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단은 올해 관북리 74-1번지 일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왕궁과 관련한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동쪽 경계 부근에서 도로와 수레바퀴가 지난 흔적이 새롭게 발견됐다.
수레가 이동하면서 파인 곳을 보수하기 위해 놓은 듯한 기와와 토기 조각 여러 점도 확인됐다.
도로는 동·서와 남·북으로 이어진 도로가 교차하는 'ㄱ'자 형태로 추정된다.
다만, 도로면 일부만 확인돼 구체적인 형태와 규모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의 도로와 위치가 일치하고, 방향성도 맞아 과거와 현재의 토지 이용 양상이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도로 흔적은 추후 사비 왕궁의 구조와 규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왕궁과 관련이 있는 건물의 크기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2022∼2023년 진행된 16차 조사에서 확인된 건물터 3곳 가운데 1곳('2호 건물지'로 명명)은 동서로 1칸, 남북으로 8칸 규모로 길이가 25.5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은 중심 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만든 장랑식(長廊式) 형태로 추정된다. 장랑식 건물은 궁이나 사찰에서 주로 확인되며 왕궁 내부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조사에서는 옻칠한 갑옷의 흔적도 새로 확인됐다.
앞서 관북리 유적에서는 옻칠 가죽을 연결해 만든 갑옷인 칠피갑옷이 나왔는데, 올해 조사에서도 총 2곳에서 미늘(일정한 크기의 조각으로 구성된 갑옷의 개별 단위)과 갑옷 흔적을 찾았다.
백제 역사·문화권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것은 공주 공산성 이후 관북리가 두 번째다.
연구소는 12일 오전 10시 30분에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총 17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를 통해 사비 왕궁의 대략적인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왕궁 관련 시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북리 유적은 사비 백제기의 왕궁터를 논할 때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다.
1982년부터 발굴 조사한 결과, 전각(殿閣·임금이 거처하는 집을 뜻함) 건물이 있었으리라 추정되는 건물터와 연못 흔적, '+' 형태로 교차하는 도로 유구 등이 나왔다.
y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