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철강 줄줄이 불황…승승장구하던 포항은 옛말
연합뉴스
입력 2024-12-04 06:31:26 수정 2024-12-04 08:47:04
투자 축소·연기, 공장 폐쇄로 찬바람…"지역경제 악영향 우려"
업황 회복까지 생존 관건…"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해야"


에코프로 포항캠퍼스[에코프로 제공]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금은 버티는 중이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산업 경기가 안 좋으니 다시 좋아질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북 포항의 한 이차전지 기업 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포항의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은 이차전지산업에 찬 바람이 불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포항시에 따르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은 이미 포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GS건설이 설립한 이차전지 재활용업체 에너지머티리얼즈도 포항에서 공장을 지었다.

이 기업들은 이차전지 소재 중에서도 전해질과 분리막을 제외한 원료,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를 주로 생산하고 다 쓴 이차전지를 재활용하고 있다.

이차전지산업이 호황기 때는 많은 이차전지기업을 보유한 포항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배터리 소재업체가 줄줄이 경영난에 놓였다.

각 회사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관련 업계는 각 기업 가동률이 3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본다.

일부 업체는 공장 가동을 미루거나 투자 계획을 연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캐즘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에 1조2천억원을 들여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지난 9월 전면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포스코퓨처엠은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설립해 오는 2027년까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26만7천702㎡ 부지에 1조2천억원을 투자하고,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말까지 포항 4캠퍼스에 4천732억원을 들여 생산시설을 증설하기로 했으나 2026년까지로 미뤘다.

이 회사는 4캠퍼스에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활물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규제품 NCMX(NCM 양극재에 특수 물질을 포함한 소재)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수요 변동성 확대에 따라 증설 속도를 조정한다.

에너지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이차전지 재활용업체는 폐기 대상 이차전지가 충분하지 않고 관련 산업이 주춤함에 따라 마찬가지로 가동이나 투자에 소극적이다.

에코프로나 포스코퓨처엠은 당장 고용 인원을 축소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투자 축소나 연기에 따라 추가 고용을 미루는 상황이다.

에너지머티리얼즈[촬영 손대성]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 과잉, 건설을 비롯한 내수 부진 등으로 포항의 기간 산업인 철강에도 위기가 닥쳤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이 지난 7월 폐쇄된 데 이어 1선재공장이 11월 19일 폐쇄됐다.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달 10일과 24일 연이은 폭발·화재로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내에 있는 현대제철은 노조의 반발에도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은 전환 배치 등을 통해 당장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이 위기에 놓이면서 정비나 수리를 맡은 계열사나 협력업체, 제품을 운송하는 협력업체는 타격을 우려한다.

한 운송 협력업체 관계자는 "포스코가 경기 등을 이유로 올해 운송료를 깎아서 당장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포항 영일만에서 바라본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촬영 손대성]

포항철강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포항철강산단 고용인원은 올해 9월 1만3천528명으로 10년 전인 2014년 9월 1만6천178명보다 2천650명(16.4%) 감소했다.

포항철강산단 생산실적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1조2천918억원으로 10년 전 같은 기간 12조5천413억원보다 1조2천495억원(10.0%) 줄었다.

포항시는 이차전지와 철강산업 불황으로 당장 가시적인 변화는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고용, 인구 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걱정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국내 대기업 국산 철강 사용 할당제 도입, 전기료 인하,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 신속 처리 등 '철강산업 위기 극복 긴급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연장,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등을 정부에 요청하고 고용불안 및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역 주력산업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CNGR '니켈 및 전구체 합작공장 착공식'(서울=연합뉴스) 31일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서 열린 포스코그룹과 중국 CNGR의 니켈 및 전구체 합작공장 착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착공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업 경상북도의회 의원, 김희수 경상북도의회 의원, 박용선 경상북도의회 부의장, 이상범 포항시의회 의원,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김학홍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포스코홀딩스 김준형 이차전지소재총괄(부사장), 우샤우거(Wu Xiaoge) CNGR 부회장,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사장, 쭈종위엔(Zhu Zongyuan) CNGR 한국지역 부회장, 천시열 포항제철소장. 2024.5.31 [포스코홀딩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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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용 실리콘음극재 공장 준공(서울=연합뉴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19일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연산 550톤 규모 실리콘음극재(SiOx) 공장을 준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실리콘음극재공장 전경. 2024.4.23 [포스코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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