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도서 연체자 10만명 '특별사면'
연합뉴스
입력 2024-12-04 06:30:00 수정 2024-12-04 06:30:00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에는 '배움에 대한 열망에 책을 보고 싶지만, 돈이 없어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책 도둑은 엄연히 절도죄에 해당한다. 지식과 지혜를 훔치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함부로 빌려주는 게 아니다'라는 맞대응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장기간 연체하는 행위를 야멸차게 책 도둑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책을 대출하려고 했던 사람에게는 '잠정 책 도둑'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성싶다. 1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은 책도 있다. 이는 분명 독서권 침해다. 실제로 공공도서관마다 미반납 도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체 이유는 인생사만큼이나 다양하다. 시간이 나지 않아 반납을 못 했거나, 대출 사실을 잊어버린 사례가 가장 많다. 이사와 군복무, 유학, 장기 해외여행 등의 사유도 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 중앙도서관에서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2023학년도 1학기까지 한 학기 평균 약 2만8천여건의 도서 연체가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 코로나19로 도서관 이용이 제한된 시기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대면 학기에 발생한 도서 연체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비싼 전공 도서를 학기 초에 대출한 뒤 장기 연체를 하는 '얌체족'도 적지 않았다. 2만∼4만원의 전공책 구입비와 한 학기 도서 연체료 1만2천원을 비교했을 때 연체료를 내는 쪽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날인 오는 10일 서울도서관을 포함한 공공도서관 232곳에서 도서 연체자 10만7천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반납하지 않아 대출 정지된 사람들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월 일부 연체자를 대상으로 대출 제한을 풀어준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통큰 '대사면'은 처음이다. 10일까지 연체 도서를 반납하는 사람들은 그다음 날부터 시내 공공도서관의 대출 서비스를 다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정지는 도서관 이용자에게 가장 큰 벌칙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 이상의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기껏해야 1일 연체료 100원이 고작이다. 서울시의 이번 도서 연체자 특별사면은 도서관 책을 집에 놓아두고 있던 사람들이나 장기 연체로 도서관 책을 대출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미반납 도서들이 도서관에 속속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책이 꼭 필요했던 사람들에게도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기지 않겠는가.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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