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잠수사·바지선 현장 도착…기상 악화로 투입 못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이 그물에 빠져든 채 선체 주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사고 사흘째인 10일 브리핑에서 바닷속에 가라앉은 금성호 선체 주변에 실종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전날(9일) 야간 수색에서 발견된 실종자 시신은 한국인 선원 갑판장 A(64)씨로, 선체 주변 해저면 92m 지점에서 해군 원격조종수중로봇(ROV)에 의해 발견됐다.
애초 사고 당시 구조된 선원 진술 등에 따르면 조리장과 어로장 등 2명이 조리실과 조타실 등 선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선체 주변에서 발견된다면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됐다.
하지만 조리장과 어로장이 아닌 A씨가 선체 주변에서 발견됨에 따라 나머지 실종자들도 선체 주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금성호는 주로 고등어와 삼치 등을 잡는 대형선망어선으로, 사고 당시 고등어 등을 잡아 우현 쪽에 그물을 모아둔 상태였고 무게에 의해 오른쪽으로 전복되면서 침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체가 완전히 오른쪽으로 뒤집히면서 작업 중 갑판 위에 나와 있던 선원 대부분이 그물 속으로 빠져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다.
보통 선망 어선에서 쓰는 그물 길이는 1.2∼1.4㎞, 깊이는 200∼250m에 달한다.
해경은 또 작업 중 착용한 방수작업복으로 인해 실종자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성인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방수작업복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서 그 무게 때문에 부력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명철 제주지방해경청 경비계장은 "선체 주변에 다른 실종자들이 있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에 임하고 있다"며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저희 해양경찰은 최선을 다해 수색하겠다"고 밝혔다.
해경은 현재 해수 유동 예측 시스템 결과를 반영해 가로 51㎞, 세로 19㎞로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함선 50척과 항공기 9대를 동원해 주간 수색을 벌이고 있다.
다만 실종자 수색은 현지 기상 상황이 변수가 되고 있다.
현재 제주 북서쪽의 사고 해역 주변에는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고, 동풍이 초속 9∼16m, 파고는 1.5∼4m다.
제주 남쪽 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 중으로 해경은 사고 해역 주변의 기상 상황을 지켜보며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군의 수중 탐색 장비인 ROV는 현재 투입돼 수색을 진행하고 있지만, 선체 수색은 이날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심해잠수사 4명과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 바지선이 이날 낮 12시 20분께 도착했고, 11일 심해잠수사 6명이 추가로 제주에 도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 경비계장은 "해상 기상이 안 좋아서 저희 잠수 세력이 현재는 수중 수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원들의 안전을 감안해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투입해 수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선적 129t급 대형 선망 어선 금성호는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배가 기울고 있다는 신고 후 완전히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원 27명(한국인 16, 인도네시아인 11) 가운데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됐고 이 중 한국인 2명이 숨졌다.
나머지 12명(한국인 10, 인도네시아인 2)은 실종 상태였으나, 이들 중 한 명의 시신이 9일 야간 수색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로써 사망자는 3명으로 늘고 실종자는 11명(한국인 9명, 인도네시아인 2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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