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다음달 종료…위원 과반수 이상 교체도 앞둬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전산망 구축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게임위에 대한 초유의 감사원 감사를 끌어낸 주역인 20·30대 젊은 게이머들은 조만간 공개될 감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최근 게임위에 대한 실지감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감사보고서 작성을 위해 그간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은 4개월가량 진행된 감사에서 게임위 전산망 구축 사업을 담당한 전직 팀장 A씨를 불러 한 차례 이상 조사하고, 윗선의 개입 내지는 묵인 사실이 있는지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전산망 구축 비리 의혹의 요지는 게임위가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개발을 외부 업체에 맡겨 3년 뒤 사실상 미완성 상태의 전산망을 납품받았지만, 어떤 보상이나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는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국민 5천4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진행된 연대 서명에 참여한 게이머들은 대다수가 20대·30대 청년층이었다.
이들을 움직이게 한 계기는 지난해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한 일부 모바일 게임에서 터진 불공정 심의 논란이다.
게임위가 출시 이래 수년간 전체 이용가∼15세 이용가로 게임을 서비스해온 게임사 측에 정확한 심의 과정의 공개 없이 '이용등급을 상향하거나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일부 게임은 직권으로 이용등급을 상향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관(官)이 주도하는 게임 심의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게이머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게임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정보공개청구로 게임물관리위원회 예산·운영상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는 지난 한 해 총 4만8천475건의 민원을 접수, 전년도 대비 2천763% 폭증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어 공공기관 민원 건수 2위로 집계됐다.
'아카라이브' 게시판에서 활동하며 게임위에 여러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한 3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게임위가 도박성 아케이드 게임은 관대하게 심의하고,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에는 엄격한 선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에 분노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 이전에는 심의 회의록조차 전혀 공개하지 않던 게임위의 불투명하고 권위적인 태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B(24)씨도 "게임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합리적인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 일본 같은 게임 강국들처럼 업계와 게이머의 눈높이를 반영하는 자율심의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머들의 집단행동에 직면한 게임위는 나름의 자체적인 개선 노력을 해왔다.
게임위는 지난해 말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 이어 올해 초에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게이머 간담회'를 개최했고, 2018년 이후 게임 등급분류 회의록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단된 등급분류 관련 교육행사를 재개하고, 정기적인 게임 이용자와의 소통 자리를 만들고자 행사 운영을 담당할 대행사 입찰에 나섰다.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된 위원 중 절반 이상인 5명도 지난달 임기가 끝나 교체를 앞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후임 위원 인선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의 게임위 감사 기한은 다음 달 말일까지로, 결과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 나온다.
감사원 감사, 위원 과반수 교체, 부정적인 청년층의 여론에 직면한 게임위에게 2023년은 출범 10주년이자, 중대한 변화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