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실리콘→열 플라즈마→재활용 성공…친환경·저비용 연구 성과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나노 분자…"국산화 공정 개발이 목표"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나노 분자…"국산화 공정 개발이 목표"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익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나노 분자의 국산화, 상용화를 앞당기고 싶습니다."
1987년생 젊은 화학공학자, 원광대학교 김태희 화학융합공학과 교수는 19일 자기 연구의 지향점을 선명하게 밝혔다.
김 교수는 나노 분자 국산화의 꿈을 품은 이후 자신이 전공한 플라즈마(고체·액체·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로 매우 높은 온도의 에너지 상태) 연구에 골몰해왔다.
그의 연구 분야는 플라즈마 중에서도 열(고온) 플라즈마다.
지난해 말 플라즈마 공정에 관한 김 교수의 연구가 SCIE급 국제학술 저널인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열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실리콘(Si)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반도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실리콘 기판)를 손가락 2개 마디 크기의 플라즈마에 넣으면 1만도가 넘는 열 탓에 기화한다.
기화한 폐실리콘이 빠르게 식으면서 동일한 성질의 나노 크기 실리콘이 분말 형태로 만들어진다.
고체를 액체에 이어 기체로 만들고 에너지를 가하면 전기적 중성이 아닌 이온화 물질이 탄생하고 등등 복잡한 설명이 길지만, 용광로에 고철을 넣어 녹이고 새로운 형태의 철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열 플라즈마를 거친 이 분말도 반도체·배터리에 들어가는 웨이퍼 등으로 다시 쓰인다.
넘쳐나는 폐실리콘을 기존과 달리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의 연구는 건식인 데 반해 기존에는 습식으로 폐실리콘을 처리해왔다.
폐실리콘을 강한 산성, 염기성 불소 등으로 처리하다 보니 폐수가 발생했다.
폐수를 다시 처리하는 과정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다.
김 교수의 열 플라즈마 공정은 환경친화적일뿐더러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자성 나노 복합체'도 연구 중이다.
말 그대로 자성(磁性)을 띠는 나노 크기의 복합 물질이다.
실리콘뿐만 아니라 니켈, 철, 알루미늄 등이 함유된 다양한 물질을 플라즈마에 넣어 기존의 방식으로 만들 수 없는 특이한 물질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이 물질에 자성이 생기면, 쉽게 말해 각종 산업에 유용한 값싼 자석을 만들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인 나노 소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연구하는 플라즈마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고부가가치 물질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큰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즈마는 인기가 없는, 다르게 표현하면 희소성이 큰 연구"라며 "컴퓨터나 반도체 등 모든 게 작아지는 시대에 소재를 나노, 마이크로 단위로 가공하는 연구는 미래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교토대학교, 제주대학교를 거쳐 원광대학교에서 6학기째 강의를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열 플라즈마를 이용한 나노 분자의 상용화를 꿈꾼다.
열 플라즈마 공정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적으로 양산되지 않은 기술이다.
김 교수는 "많은 산업체가 널리 열 플라즈마를 사용해서 나노 분자를 상용화했으면 한다"며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를 국산화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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