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지리산 벗어난 8살 수컷…교통사고 견딘 '불사곰'
복원사업 성공에 이젠 '서식지 포화' 우려…지리산에 79마리
복원사업 성공에 이젠 '서식지 포화' 우려…지리산에 79마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국내 반달가슴곰 가운데 새 서식지를 찾아 모험하는 성향이 강해 '콜럼버스 곰'으로 불리는 'KM-53'이 충북 보은군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환경부가 9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KM-53은 올봄 동면에서 깨어난 뒤 가야·덕유·민주지산 권역에 머물다가 지난달 27일부터 합천 가야산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현재는 가야산에서 약 57㎞ 떨어진 보은군 한 지역에 있다. KM-53의 안전을 위해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KM-53은 타고난 탐험가로 유명하다.
2015년 전남 구례군 반달가슴곰학습장에서 태어난 KM-53은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KM-53은 2017년 6월 지리산이 아닌 수도산에서 발견되면서 첫 유명세를 치렀다.
반달가슴곰이 방사지인 지리산을 떠난 첫 사례였다.
KM-53은 '종횡무진' 이동하다가 2018년 5월엔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나들목 인근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교통사고로 어깨와 팔꿈치 사이 복합골절을 입은 KM-53은 다행히 수술 후 건강을 회복했고 경북 김천시 수도산에 다시 방사됐다. 이 일로 '콜럼버스 곰'과 '오삼이'에 더해 '불사곰'이라는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2020년 6월에는 돌연 충북 영동읍에 나타나 '장발장' 마냥 한 농가의 벌통을 부숴 꿀을 훔쳐먹은 뒤 달아나기도 했다.
KM-53은 호기심이 강해 새 서식지 탐험을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이 아닌 덕유산 권역에서 활동하는 반달가슴곰은 총 4마리인데 KM-53을 제외한 나머지 곰들은 덕유산 권역에 그대로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KM-53이 올해 8살로 성체이지만 성체치고는 아직 어려서 다른 수컷과 짝짓기 경쟁에서 밀리는 점도 탐험 이유로 꼽힌다. 작년의 경우 KM-53은 덕유산 권역에서 동면한 뒤 지리산으로 돌아갔는데 올해는 지리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지리산에서 짝짓기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산에 반달가슴곰 먹이가 많은 철이라 KM-53이 먹이를 따라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성공하면서 이제는 서식지 포화가 우려된다.
먹이나 개체행동권 등을 고려하면 지리산 일대에 반달가슴곰 56~78마리(최적 64마리)가 사는 것이 적정한데 현재 79마리가 산다.
환경부는 덕유산 권역에 불법 사냥도구 등을 제거해 반달가슴곰이 안전하게 서식할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암컷을 인위적으로 들여보내 곰들이 완전히 정착하게끔 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KM-53과 관련해서는 국립공원공단이 24시간 이동 경로를 추적·관찰하면서 주민에게 상황과 행동 요령 등을 전파해 사고를 예방할 방침이다.
또한 KM-53이 관리영역에서 과도하게 벗어나거나 민가에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면 별도의 조처도 할 예정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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