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해 손짓 해놓고 단거리 미사일…남측 반응 떠보나
연합뉴스
입력 2021-09-28 11:21:10 수정 2021-09-28 13:42:02
저강도 무력시위로 남북관계 복원 명분 조성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조건부 남북관계 복원' 담화 사흘 만에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발사해 주목된다.

특히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보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대남·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김 부부장은 최근 담화를 통해 남북 대화와 관계 복원 신호를 잇달아 보내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무기 시험을 '도발'로 매도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세운데다 남쪽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여정, 종전선언 제안 긍정 평가 (PG)[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자 담화에서 "남조선이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대적 언행'의 범주로 "자기들(남측)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들은 한사코 (도발로) 걸고들며 매도하려 드는 것"을 꼽았다.

이튿날인 25일자 담화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공정성'과 '상호 존중'을 유지할 경우 남북정상회담과 통신 연락선 복구 등 남북 간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남조선이 북남관계 회복과 건전한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 한마디 해도 매사 숙고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며 "실례로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 복원의 전제조건으로 미사일 발사 등 무기 시험에 대해 '도발'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심지어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고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여 남측 당국의 추후 태도를 지켜보고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김 부부장이 그동안 밝힌 전제조건이 이뤄지는지를 보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그래픽] 북한 단거리미사일 1발 발사(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200㎞에 못 미치고, 고도도 지난 15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60㎞)의 절반 정도로 탐지된 것으로 알려져 저강도 무력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비행거리와 고도가 '초대형 방사포'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제원과 비행거리, 속도, 고도 등은 기존에 알려졌던 북한 미사일과 다른 비행 특성을 보여 정밀하게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열차서 탄도미사일 발사…"동해상 800㎞ 목표 타격"[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측 당국의 대응을 떠보면서도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산된 최저강도 무력 시위를 벌여 대화 재개를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에 조건부를 내걸고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은 남쪽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남북관계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전으로 돌려놓고 싶은 정책적 판단을 하고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분 없이 먼저 대화에 나설 수도 없는 만큼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로 조건을 내걸면서도 저강도 무력 시위로 남측의 절제된 대응을 끌어내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고도로 계산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대화 재개에 앞서 북한 스스로 명분 쌓기를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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