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음식의 인문학'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홍어·상어 50마리, 백대구어 70마리, 광어 30마리, 문어 5마리, 전복 70개, 편포·오징어 각 5접…."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고, 보령(寶齡·임금의 나이를 높여 이르는 말) 51세를 축하하기 위한 잔치 전말을 기록한 '전연의궤'(進宴儀軌)에 기록된 바다 음식 재료 목록이다.
조선 왕실에서는 수산물이 중요한 보양식으로 여겨졌다. 고기반찬을 하지 못하는 경우, 어물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 '바다음식의 인문학'(따비)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한반도 사람들이 먹어온 바다와 민물 음식을 조명한 책이다. 한식 연구가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썼다.
책에는 청어, 민어, 홍어, 오징어, 잉어, 붕어 등 바다와 민물 음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책에 따르면 준치는 생선의 귀족으로, 예부터 서울에서 즐겨 먹었다. 맛이 좋고 귀한 걸로 유명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은 속담으로까지 발전했다. 좋고 훌륭한 것은 비록 상해도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홍어는 삼겹살, 묵은지와 함께 먹는 삼합이 유명하다. 그러나 과거에는 홍어구이를 최고로 쳤다. 홍어구이는 홍어를 토막 쳐 기름에 지진 뒤 석쇠에 굽는 것인데, 바르는 양념은 간장과 고추장 등으로 가급적 맵게 했다. 홍어구이는 약간 상해 코를 푹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가 자극적일 때 유난히 식욕을 돋운다. 황해도나 전라도에서는 이처럼 약간 상해야 홍어구이로 인정한다.
책은 이 밖에도 최고 어종으로 대접받은 도미와 숭어, 맛이 돼지고기와 비슷하다고 해 수돈(水豚)이라 불린 쏘가리, 추사 김정희가 사랑한 은어, 한강의 명물로 통했던 웅어 등 다양한 바다·민물고기 이야기를 조명한다.
아울러 저자는 어류, 연체류, 갑각류 및 패류, 해조류로 나누어 우리 민족이 즐겨 먹어온 강과 바다의 식자재를 소개하고, 조리법을 소개할 때는 고조리서와 근대 조리서까지 참조, 한식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핀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민족의 독특한 바다 음식에 관한 문화와 역사, 이에 담긴 정서, 그리고 맛과 영양의 과학을 인문학과 최신 과학 연구 결과를 접목한 관점에서 다루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40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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